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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재 북한 외교관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후에나 고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10월 제 7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10월 제 7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외교 당국자가 평화협정 체결이 비핵화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 핵 6자회담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비핵화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에나 고려해 볼 사안이라고 북한의 고위 외교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주재하는 이 관리는 2일 ‘VOA’ 기자와 만나 비핵화는 “북한에 가해지는 위협이 다 사라진 뒤 평양의 결심에 달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 추진하자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며, 두 목표의 선후관계를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이 관리는 이어 지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게 북한 당국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비핵화 목표를 담은 9.19 공동성명은 이미 “지나간 합의”라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한 6자회담은 앞으로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며, 평화협정 체결을 의제로 다룰 때만 회담 참가를 고려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4일 북한 외교 당국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의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캐티나 애덤스 대변인] “Our policy has not changed. We have consistently told Pyongyang that we remain open to authentic and credible negotiations based on the agreement reached with all members of the Six-Party talks in September 2005.”

미국은 9.19 공동성명의 모든 당사국이 도달한 합의에 기초해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협상에 열려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에 거듭 전달해왔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6자회담 절차를 재개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지속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것과 한반도 긴장을 극적으로 낮추는 것이야말로 미국 정부의 일관된 기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멈추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6자회담에 복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6자회담은 물론 지난해 제기된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에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추가 핵실험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핵무기를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확인하면서, 이는 미국의 태도에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요구는 평화협정 체결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중지라며, 이 두 가지 의제를 토론할 의사가 있다면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에 초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관리는 지난해 말 ‘뉴욕채널’을 통해 미 국무부에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었다고 확인했습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기한 문제를 공식 전달하는 차원이었지만,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우선이란 점을 강조해 없던 일로 됐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미국 정부가 북한 핵실험 수 일 전에 6·25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북한과 은밀히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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