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 발언을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리 외무상의 발언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전열을 흐뜨리려는 의도로 보고 제재에 집중해야 할 때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미-한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한 발언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25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리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4차 핵실험으로 인한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고 앞으로의 대북제재 논의를 흐뜨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위반인 불법행위입니다. 그리고 한-미 군사연습은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는 점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불법행위와 이런 훈련을 맞바꾸자고 하는 이런 주장은 정말로 터무니없다고 생각합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멈추고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리 외무상은 뉴욕 방문 중에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리 외무상의 발언을 북한과의 대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한국 내 대북 대화파 등을 겨냥한 일종의 선전전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일종의 선전전이겠죠. 제안을 할 때 공식적 채널로 한 게 아니라 기자를 불러서 일방적으로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기본적으로 선전전으로 간주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박 박사는 북한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고 오히려 핵 능력 강화를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이런 강경한 태도가 당장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은 24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일부의 대북 대화론 또는 출구론에 대해 지금은 그런 것을 이야기할 시점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홍 장관은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또 제재 자체가 목적도 아니지만 출구로 문을 열고 나갔을 때 평화를 얻을 수 있어야 출구를 열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지금은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 장관은 또 요즘 북한은 과거의 북한과 많이 다르다며 핵 문제의 경우 김정일 시대까진 벼랑 끝 전술이라는 평가를 많이 했지만 지금의 북한은 벼랑 밑으로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권을 우선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과거와는 다른 행동이라는 설명입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홍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한국 정부는 지금 현재와 같은 상태 즉 북한이 강경하고 완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태에서 먼저 대화를 끄집어낼 경우 대북 제재 전열이 흐트러지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거든요. 한국 정부도 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할 수밖에 없는데 대화를 하자면 북한의 태도의 변화가 있어야 되고 그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 같아요.”
홍 장관은 또 다음달로 예정된 북한의 7차 당 대회에 대해 북한 당국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장관은 북한 정권으로서는 당 대회를 통해서 김정은 시대를 열려는 생각인 것 같지만 정권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당 대회를 개최한다면 북한 정권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을 지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