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업들이 신흥 부유층을 겨냥해 광고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제 선전물이 유일한 광고였던 북한 사회에 중대한 변화라는 분석입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돈주’로 불리는 신흥 부유층이 북한에 출현하면서 평양에도 ‘광고’가 등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18일 평양발 기사를 통해 “떠오르는 신흥 소비자층과 부유층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노력이 광고의 등장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치아 미백용 치약과 암과 결핵 치료에 좋다는 해삼 가공식품 등에 대한 광고를 예로 들면서, 과거에는 이런 광고를 볼 수 없었지만 ‘회색 경제’로 불리는 장마당에서 부를 쌓은 ‘돈주’가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통신은 북한의 광고가 노동당이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찬양하는 선전물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작고, 애매한 곳에 자리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체제 선전물이 전부인 북한 사회에서 광고의 등장은 중대한 변화라고 통신은 밝혔습니다.
광고는 대부분 A4나 A3 사이즈의 일반 종이에 컬러 인쇄가 된 형태로 제작돼 상점의 계산대 앞이나 벽면에 자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 상점에선 상품의 상세정보를 설명하는 별도의 용지가 광고와 함께 놓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를 근거지로 둔 대북교류 민간단체 조선익스체인지의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이사는 “북한 기업들은 주로 제품의 질적인 측면을 강조해왔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제품을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광고의 메시지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어린이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키 크는 약’ 광고에는 약 병 옆에 기린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었고, 피를 맑게 해 준다는 약 광고에는 금속반지 속 보라색 보석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통신은 지난 수년간 북한에서 볼 수 있었던 광고는 남북 경협과 관계된 것들이지만, 최근 광고는 북한인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한국의 통일교와 북한 정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평화 자동차의 대형 광고판이나, 한국으로 한 때 수입이 허용됐을 당시 북한의 텔레비전에서 방영됐던 대동강 맥주 광고처럼 한국과 연결고리가 있는 상황에서만 등장했다는 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제임스 피어슨 기자는 로이터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늘어나고 있는 소비자 계층과 매우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사회주의를 유지하는 동시에 이들의 생활방식이 바뀌는 과정의 중간지점에서 광고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