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 등 대화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이 이번엔 정부와 정당 시민단체들을 망라한 남북한 통일대회합을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진실성 없는 기만적인 선전공세에 불과하다며 일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정부와 정당 시민단체 등을 망라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열자고 한 북한 측 제안에 대해 기만적인 통일전선 공세의 하나라고 일축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비핵화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인 핵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태도 변화 없이 연방제 통일,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구태의연한 선전공세에 불과합니다.”
정 대변인은 또 북한이 7차 당 대회 이후에 한국 측에 대해 군사실무회담 등 여러 가지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며 이는 대화가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당 대회 결정사항을 관철하자는 의지를 과시하는 충성경쟁 차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을 바란다면 이런 기만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의 정부와 정당 단체는 9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광복 71주년을 맞아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열자는 제안을 담은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습니다.
호소문은 통일대회합에는 남북한 당국과 정당, 단체 대표들과 명망 있는 인사들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호소문은 또 통일대회합에서 민족의 총의를 모아 최악의 상태에 있는 한반도의 현 정세를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출발시키며 통일 문제의 출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 자주적으로 통일 논의를 할 것과 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할 것, 모든 전쟁연습을 완전 중지할 것,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추진할 것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호소문은 자신들의 제의에 국내외 각계각층이 적극 호응할 것을 기대한다며 이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제안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초 7차 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한 이후 지속해 온 대화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박사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약점을 노린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라며 북한의 의도는 한국 내 여론을 분열시키는 데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수석 박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은 그런 대화를 제시하면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친북 또는 종북 단체들이 북한과 대화하자, 이런 것들을 계속 내세우면서 한국사회 내부 혼란을 유발시키면서 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을 희석시키려는 여러 가지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7차 당 대회를 계기로 ‘선 핵 보유 후 협상’이라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정세를 협상 국면으로 몰고 가기 위한 대화공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은 7차 당 대회에서 핵 보유국을 선언했기 때문에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최근 리수용 방중이나 대남 공세 등 모두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6.15, 8.15, 그리고 적어도 10.4 선언까지는 당분간 전방위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회합과 관련한 별도 통보는 받은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