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기업인인 도널드 트럼프 씨로 좁혀졌습니다. 두 후보는 그동안 북한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해 크게 다른 입장을 밝혀 왔는데요. 조은정 기자와 함께 두 후보의 입장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제 민주당은 클린턴 후보, 공화당은 트럼프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는데요. 두 후보의 외교안보 구상이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요?
기자) 예. 클린턴 후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확장하고 대외 문제에 필요한 개입을 한다는 입장입니다. 클린턴 후보의 정책구호는 ‘함께 하면 강하다’인데요, 국내외 문제에서 국론 통일과 동맹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국제분쟁에 개입하지 말자는 입장이고요, 또 미국의 국익을 따져 동맹관계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트럼프 후보의 정책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인데요,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두고 미국의 번영과 부강에 더 힘쓰자는 겁니다.
진행자) 두 후보의 이런 외교안보 구상이 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을 주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군사동맹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트럼프 후보는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등 미군이 주둔해 있는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관련 연설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후보] “The countries we are defending must pay for the cost of this defense, and if not, the US must be prepared..”
트럼프 후보는 지난 4월 27일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이 방어하는 나라들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후보는 동맹국이 분담금을 더 내지 않는다면 미군을 철수하거나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후보는 분담금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클린턴 후보도 동맹들이 ‘공정한 몫’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트럼프 후보가 정계에 등장하기 전부터 이 같은 지적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이후 많은 동맹이 분담금을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분담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맹들과 관계를 끊지 않고 어떻게 그들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느냐 여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후보는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 일본 등과의 공조도 강조하고 있죠?
기자) 예. 클린턴 후보가 지난 2월 4일 민주당 경선후보 TV 토론회에서 했던 발언을 들어보시죠.
[녹취: 힐러리 후보] “We do have to try to get the countries in the region to work with us to do..
클린턴 후보는 북한의 거듭된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언젠가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하와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며,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해 북한을 통제하고 억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동맹들과 함께 기존의 대북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거군요. 트럼프 후보의 북한 문제 해법은 무엇입니까?
기자) 트럼프 후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후보] I would speak to him, I would have no problem speaking to him..
김정은 위원장과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할 것이며, 그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후보는 또 북 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클린턴 후보도 같은 주장인데요. 다만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경제적 힘을 활용해 중국을 압박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북정책에서 지난 몇 년 간 별 차이가 없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한반도 정책은 공화당 주류의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지난주 공화당의 안보의제를 발표했는데요, 한반도 관련 정책에서 트럼프 후보 보다는 클린턴 후보와 비슷했습니다. 공화당은 안보의제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공약을 더욱 강화하고 북한 등 `불량국가'에 대해서는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두 후보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어떻습니까?
기자) 클린턴 후보는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고, 가학적인 독재자가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 전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미치광이'로 묘사하면서, 그를 제거하겠다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도 미 대선 후보들에 대해 반응을 보였죠?
기자) 예. 트럼프 후보가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뒤 북한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미국민이 결단코 선택해야 할 후보는 조선반도 핵 문제 해결에 ‘이란식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우둔한 힐러리 보다 조선과 직접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