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식 ‘속도전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초부터 생산 현장만을 찾아 다녀 주민들의 대대적인 노력 동원을 끌어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올해도 지난해처럼 주민과 자원을 일정 기간 집중 동원해 경제를 일으키려는 이른바 ‘속도전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6일 기자설명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올해 북한의 경제정책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신년사라든지 그 이후의 신년사 관철을 위한 여러 가지 동원 행사들을 볼 때 그런 것들(속도전 도입)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에서 관건적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해라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침을 관철하기 위한 주민 선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위해 올해의 투쟁을 어떻게 벌리는가에 따라 경제강국 건설, 문명강국 건설 등의 목표 달성 여부가 달렸다며 국제사회 제재와 압박에 지면 영영 일어나지 못한다고 주민들을 독려했습니다.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지난해 펼친 ‘70일 전투’ ‘200일 전투’와 같은 속도전 사업을 올해도 한 두 차례 벌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조봉현 박사 / IBK 경제연구소] “김정은 신년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중요한 한 해로 2017년을 만들겠다고 했으니까 이를 위해선 경제 성과를 보여줘야 되는데 현재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가해지고 있고 외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내부적 힘에 의해서 경제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집중하지 않을까, 그러면 결국은 노력 동원밖에 없기 때문에 올해 한두 차례 정도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새해 초 공개 활동이 민생경제 부문에 국한돼 펼쳐지고 있는 행보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김 위원장은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지난 5일 평양가방공장을 시찰한 데 이어 8일엔 김정숙평양제사공장, 12일 류경김치공장 그리고 15일엔 금산포젓갈가공공장과 금산포수산사업소를 잇달아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이듬해인 2013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연초엔 군 부대 시찰이나 사격대회 참관 등으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곤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엔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한 1월 6일을 전후로 김 위원장은 연초에 무려 네 번이나 군 관련 공개 활동에 나섰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올 초 민생 행보는 주민들의 노력 동원을 독려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도 스스로 자책까지 하면서 ‘민생을 돌보겠다’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 애민 이미지를 충분히 살리고 그리고 여러 가지 경제적인 노력 동원에 독려하고자 하는 그런 차원에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행보가 신년사에서 강조한 자력자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결국 행보의 내용을 보면 자력자강이에요. 그러니까 가방공장이나 김치공장이나 젓갈공장이나 수산사업소나 이 모든 것들이 북한 내수용이거든요. 북한에서 원료가 생산되고 가공되고 소비되는 전형적인 경공업 소비재 패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끼리 살아갈 수 있다는, 주체경제를 일으켜 나갈 수 있다는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는 거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올해 경제정책이 대외협력에 대한 기대를 접고 주민들에게 노력 동원을 강요하는, 내수 중심의 버티기 전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