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 당시 함께 활동했던 ‘빨치산’ 세력을 숙청 중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빨치산 세력들이 누구보다도 권력 투쟁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빨치산 세력을 숙청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4일 비공개로 진행된 한국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행사에 참석한 한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이 27일 밝혔습니다.
이 민간위원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군이나 보위성 등 북한의 중요 권력기관에 빨치산 세대가 없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빨치산 세력들을 권력 내부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빨치산 세대들이 누구보다 권력투쟁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을 들어낸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엘리트층을 두려워한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의 이 같은 발언은 빨치산 3, 4세대들이 김정은 체제를 떠받침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 승계가 이뤄졌고 빨치산 가문은 북한사회에서 친인척이 탈북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을 정도로 특권층이라는 통념과 배치돼 주목됩니다.
태 전 공사는 특정 인물을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빨치산 출신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3형제를 2015년 이후 모두 해임했다고 말했다고 한국의 `중앙일보'가 지난 24일 보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승승장구하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3형제가 지금은 현직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3형제 가운데 ‘오일훈’과 ‘오일수’는 각각 통일전선부와 무역성에서 근무했으며 63살로 알려진 ‘오일정’은 군 최고위직 중 하나인 노동당 군사부장까지 지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빨치산의 상징으로 불리는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은 1933년부터 김일성 주석과 빨치산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5년 사망할 때까지 19년 간 인민무력부장을 역임하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의 산 증인인 빨치산 2세들 앞에서 스스로를 `백두혈통'이라 강조하기에는 중압감이 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재일 한인 출신 어머니 고용희의 성분도 그렇고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늘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 자유북한방송] “김일성을 만나지 못했을 만큼 사실 빨치산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리고 김일성은 아들이 김정일이라고 하면 최룡해는 바로 2세잖아요. 오진우도 바로 자식들이 2세가 되는데 김정은은 3세인데다가 어떻게 보면 억지잖아요. 그런 중압감이 늘 있을 수 있고. 빨치산 2세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갈 거란 말이죠. 김정은 정권 들어서. 그 중압감 속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차없이 쳐버리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요.”
한국 통일부가 최근 공개한 2017 북한 인명록에 따르면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중 한 명인 오일정은 지난 2015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의 810군 부대 현지 지도 당시 수행한 게 마지막 행적입니다.
오진우 부장의 셋째 며느리인 전영란 정성제약공장 지배인도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과 엘리트 층을 분리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며 북한 지배층이 통일 후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일할 기회가 있다고 믿을 때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