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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에 ‘줏대 없는 대국’ 비난...“석탄 수입 금지 불만”


중국 상무부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을 위해 19일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북한산 광물을 수입하는 북중 접경 랴오닝성 단둥항의 화물 전용 부두.
중국 상무부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을 위해 19일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북한산 광물을 수입하는 북중 접경 랴오닝성 단둥항의 화물 전용 부두.

북한은 중국이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을 ‘줏대 없는 대국’이라며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조치에 자극받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정필’이라는 이름의 필명으로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기고문은 최근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중국을 맹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고문은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도 자신의 너절한 처사가 마치 북한 주민생활에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니고 핵 계획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대국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사실상 중국을 비아냥거린 의도라는 해석입니다.

기고문은 ‘친선적인 이웃이라고 하는 주변나라’라든가 ‘덩치 큰 이웃’ 같은 표현들로 비난하는 대상을 직접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중국임을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기고문에서 ‘너절한 처사’라고 표현한 것은 중국 당국이 최근 올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 조치를 의미한다는 분석입니다.

‘법률적 근거도 없는 유엔 제재 결의를 구실로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되는 대외무역도 완전히 막아 치우는 비인도주의적인 조치들도 서슴없이 취하고 있다’는 문장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석탄은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대립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일정 정도 호응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고, 북한은 자초한 일임에도 이에 반발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입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에게는 굉장한 타격이 될 것이고요, 그래서 북한의 반응도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일단 중국은 최소 수 개월 동안은 (석탄 수입 금지를) 진행할 의지가 보이는 것 같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과 혈맹의 전통을 갖고 있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자극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선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자신들을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오히려 중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북한 입장에선 반발을 행동으로 보여줄 가능성, 물론 명분은 미국에 대한 대응 차원의 조치라고 얘기하겠지만 실제 내용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면서 사실은 중국을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도발적 행태까지도 배제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중국의 석탄 수입 금지 조치는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엔 성의를 보이는 이중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그렇다고 북한 정권을 근본부터 흔들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박사는 북한 입장에선 중국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분명하게 드러날 때까진 전략적 도발 만큼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중국의 석탄 수입 전면 금지 효과는 그것이 현실화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고 또 무엇보다도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은 미국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중국의 석탄 수입 금지만으로 북한이 인내심을 버리고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전략적 도발을 실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중 관계에 대해선 연초에 잠시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지만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냉랭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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