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 씨의 신원 확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 씨가 살해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는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인 ‘VX’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김정남 씨의 신원은 ‘김철’이란 이름의 46세 남성입니다. 지난 13일 피살 당시 김정남 씨가 김철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여권을 소지해, 여전히 공식적인 신원이 ‘김철’로 남아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 당국은 피살된 김철의 실제 신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라는 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김정남 씨와 혈연관계에 있는 친족의 DNA 확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수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수라마니암 보건장관] “The other challenge…”
보건부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시신의 신원 확인이며, 최선의 방법은 가까운 친족의 DNA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수라마니암 장관은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경찰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김정남 씨의 자녀인 김한솔과 김솔희 남매 중 한 명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입국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또 말레이시아 경찰이 직접 이들 남매가 살고 있는 마카오에서 DNA 샘플 채취 등을 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지만, 경찰은 이런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DNA 확보가 어렵다면, 김정남 씨의 과거 의료 기록을 시신과 대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 보건부 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의료기록에 대한 접근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수라마니암 장관은 기자들에게 김정남 씨가 VX 중독 직후 15분에서 20분 사이에 매우 고통스럽게 사망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정남 씨에게 사용된 VX의 양이 치사량 10mg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심장은 물론, 폐를 포함한 모든 장기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남 씨를 이송한 구급대원 등도 VX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관계기관과 연계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 잔류물질 검사를 실시한 말레이시아 경찰은 26일 관련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일반 공항 이용객들의 VX 감염을 우려해 김정남 씨가 습격을 당한 항공사 자동 체크인 기계와 용의자들의 도주경로 일대에서 대대적인 검사를 실시했었습니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 신문은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 23일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머물던 쿠알라룸푸르 내 콘도를 수색해 화학물질 표본을 확보했지만, VX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용의자들의 VX 반입 방법을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말레이시아 내에서 VX를 제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현지 언론들은 27일 김정남 씨 피살 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사건 전날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동영상에서 아이샤는 친구들과 함께 등장하며, 한 친구가 아이샤에게 ‘빅스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마치 다음날에 있을 방송 촬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추정돼, 실제 아이샤가 암살인지 모르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이샤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방송 쇼 프로그램을 위한 장난으로 인식해 이번 일에 가담했으며, 공격에 사용된 물질도 독극물이 아닌 베이비 오일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아이샤가 예행연습을 했고, 독극물의 독성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관련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