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이사국 외교 장관들이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을 향한 ‘최대 압박’에 전 세계가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에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28일 장관급 회담에 모인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행위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역내는 물론 국제사회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날 회의를 주재한 안보리 4월 의장국 미국은 물론, 북한의 우방인 중국까지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장 강력한 언어로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비난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사무총장] “I condemn in the strongest terms the DPRK’s repeated violations…”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한반도 상황이 유엔에서 가장 오래되고,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며, 안보리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탈퇴를 선언한 때부터 24년 간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는 안보리가 2개의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11번의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금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유일한 나라로, "우리 모두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발사를 할 때마다 군사 핵 역량을 포함한 기술을 진보시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의를 직접 주재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이 났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국제사회도 북한이 행동하기 전에 먼저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For too long,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been reactive in addressing North Korea. Those days must come to an end. Failing to act now on the most pressing security issue in the world may bring catastrophic consequences.”
너무 긴 시간, 국제사회는 소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뤄왔지만, 이제 그런 날들을 끝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안보 문제에 대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이 때문에 유엔 회원국들이 지난해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270호와 2321호의 조치에 대해 완전히 이행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에게 단절 혹은 격하를 요청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경제적 고립에도 국제사회가 동참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대외 교역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면서, 중국이 경제적 지렛대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Diplomatic and financial levers of power will be backed up by a willingness to counteract North Korean aggression with military action if necessary. We much prefer a negotiated solution to this problem. But we are committed to defending ourselves and our allies against North Korean aggression.”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의) 추후 도발에 대응해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둬야 한다”면서 외교와 금융 부문에서의 (제재) 수단들은 필요한 경우 북한의 도발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뒷받침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화를 통한 이번 문제 해결을 훨씬 더 선호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우리 스스로와 동맹들을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겨냥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녹취: 존슨 외무장관] “There is a vital role for China and Russia, both of whom are neighbours of North Korea with influence on Pyongyang and, as permanent members of this Council…”
북한의 이웃국가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겁니다.
존슨 장관은 이들 두 나라가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을 위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영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저지와 북한 지도자들이 평화로운 해결책을 내도록 어떠한 영향력이라도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관련국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한국 정부는 제재가 북한의 현금 수입을 차단하면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불법 행위를 막고 있다는 증거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보리는 북한의 미래 도발에 있어서도 반응적이 아닌, 적극적으로 징벌적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윤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여전히 안보리가 제한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며, 이는 유엔 권위를 깎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초점을 맞추며, 대화와 협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국제사회가 두 가지 기본 원칙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대화와 협상’을 그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왕이 부장]
왕이 부장은 “무력사용은 양측의 차이를 좁힐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며 대화와 협상만이 모든 당사국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왕이 부장은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는 대신, 미국과 한국이 연합군사 훈련을 중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또 다시 제안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러시아의 겐나디 가틸로프 외무차관은 미국이 선택지로 둔 무력사용에 반대했습니다.
[녹취: 가틸로프 차관]
비록 북한이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행동하고 있고, 안보리가 정한 국제사회 규범을 어기고 있지만, 무력을 사용한다는 선택지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 전체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가틸로프 차관 역시 외교적 도구를 사용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 같은 일부 국가들의 대화와 협상에 대한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We will not negotiate our way back to the negotiation table with North Korea. We will not reward their violations…”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나 나쁜 행동에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