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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붉은 선’ 넘고 있어”…한국 “이례적 비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대북 제재 관련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대북 제재 관련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대북 제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중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된 논평을 싣고 중국이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북-중 관계의 ‘붉은 선’ 즉,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논평은 중국의 대북 제재가 양국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망동이라며 중국이 양국관계를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논평은 특히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자매지 `환구시보'가 잇달아 북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양국관계 악화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면서 미국의 장단에 놀아난 행위를 변명하고 있다고 힐난했습니다.

논평은 이와 함께 양국 친선이 아무리 소중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진 않겠다며 북-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처럼 북한이 중국을 직접 지칭하며 강한 비난에 나선 데 대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과거에 중국을 주변나라 또는 대국이라고 간접적으로 거론하며 비판한 적은 있었지만 중국이라고 지칭하며 비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중국까지 다른 주변국들과 함께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강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이처럼 주변국들이 보낸 메시지를 북한이 잘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에 대한 북한 관영매체의 고강도 비난이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축소를 내비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자 위기감을 느끼고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유 공급 문제는 지난 수 십 년 간 북-중 관계의 상징이고 관계가 아주 안 좋았을 때도 그건 건드리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중대한 사안인데 중국이 그것을 카드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니까. 그리고 6차 핵실험을 하면 끊어버릴 수도 있다고 한 거니까. 북한으로선 반발할 수밖에 없는 거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논평에서 핵 보유를 최고 이익으로 강조함으로써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진행을 대화 재개를 위한 절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선을 긋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당국 차원이 아니라 개인 명의 논평이라는 형식으로 중국을 비난한 점은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광운대학교 신상진 교수는 중국마저 등을 돌릴 경우 생존조차 어렵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상진 교수/ 광운대학교] “조선중앙통신에서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외교부나 노동당 명의를 내걸고 중국을 비판하지 않았죠.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으로선 중국과의 최소한도의 연대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북한은 또 논평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생존을 위한 버팀목으로 중국 대신 러시아를 택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고, 그러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러시아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중국을 대신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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