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어제(10일) 전화통화는 한동안 공백 상태에 놓였던 미-한 정상외교의 본격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양측은 동맹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에 오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취임 첫 날인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는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빚어진 약 5개월 간의 미-한 정상외교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주변 4강 국가들 가운데 미국 정상과 가장 먼저 통화를 함으로써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미-한 동맹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한 동맹이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탄핵정국 기간 중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일본 정상들하고만 통화를 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미-한 동맹관계를 단순히 좋은 동맹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great ally)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진보 성향의 문 대통령이 미-한 동맹을 기반으로 북 핵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북한의 오판을 경계한 발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그레이트(great)라는 말을 국가에게 쓴 적이 별로 없거든요 트럼프가. 그래서 인제 트럼프가 동맹국을 안심시키는 선물을 안겨준 거라고 봐야죠. 미국의 보수 정권, 한국의 진보 정권이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여러 가지 이견사항이 보도된 바 있지만 동맹은 확고하다는 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중국과 북한에 간접적으로 날린 것으로 봐야죠.”
두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북 핵 문제 해법에 대한 구체적 논의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등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문제들은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두 정상은 그러나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준비 차원에서 미국 자문단과 한국의 대미 특사가 상호 방문하는 구상을 교환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에 대한 조율과 사드 비용 부담 문제 같은 민감한 현안들이 있는 만큼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선 충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에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에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그 때 준비 안 된 정상회담을 한 관계로 정상회담을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그 실패가 그 이후 부시 정부와 김대중 정부 사이에 한-미 관계가 상당히 불편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로써 이르면 다음달 문 대통령의 방미와 임기 중 첫 번째 미-한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 정상회담의 관건은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한국의 외교와 안보 분야 각료 인선과 대미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정리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입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굉장히 실용적이라 대화가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화를 충분히 해서 전체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