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도발을 자제하는 듯 했던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행보라는 분석입니다.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군사 조치설과 북한의 대형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돌았던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북한의 도발 자제로 큰 탈 없이 지나가면서 북한이 당분간 정세를 관망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 `햇볕정책'의 발전적 계승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한국에서 새롭게 출범했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도 한층 신중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로 이런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 압박에 전혀 개의치 않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행보로 평가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측의 이런 언행은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향후 있을 협상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지금은 큰 틀에서 보면 협상국면으로 전환을 한 것이고요. 그러나 김정은 입장에선 손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일 순 없죠. 그래서 겉으론 ‘강 대 강’ 그리고 핵 미사일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협상국면으로 이끌어가려고 하는 것이고요, 자신들이 주도하는 국면으로 끌고가겠다,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진 않겠다는 의도고요.”
4월 한반도 위기설이 사그라든 뒤 미-북 양국은 최근 노르웨이에서 반관반민 협의를 갖는 등 양국 관계가 겉으론 역동적으로 변할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북 간 본격 협상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 의제화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해 재개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으로선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대북 라인 인선도 하지 않은 채 제재와 협상의 이중적 제스처로 자신들을 현혹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발을 벌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을 계기로 북한의 향후 대형 도발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아직은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갖춰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협상에 나서겠다는 계산을 세웠으리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입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ICBM이 초반에 성공했다고 실전배치가 되는 게 아니라 무기화 하기 위해선 ICBM 발사 시험을 여러 번 장기간에 걸쳐서 해야 하고 또 실전배치 이후에도 안정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시험발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은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북한이 미국 본토도 핵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있다고 발표함에 따라 미국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원장은 한국과 중국 등 관련국들도 당분간은 미국의 대북 압박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전현준 원장 /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문재인 정부는 한-미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고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을 당분간은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본 중국까지 당분간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입장인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북한이 도발에 나섬으로써 난관에 부딪쳤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