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어제(30일)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높일 때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선 제재 후 협상’의 새 정부 대북정책 기조를 공식화한 발언이라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3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현 시점은 대화가 아닌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새 정부는 그동안 북 핵 해결을 위해 대화와 제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제재와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이 아베 총리와의 통화를 계기로 사실상 자신의 대북정책 기조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론 협상으로 가야겠지만 당분간 제재와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선 제재 후 협상’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렇게 입장을 정리한 이유로 새 정부 출범 뒤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현재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압도하는, 한반도 문제를 압도하는 가장 큰 변수는 북 핵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 핵 위기가 지속되는 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제 대북 공조체제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대화를 유도하는 그런 기본적인 전략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압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대화를 유도해 내겠다는 점, 이 부분에 방점이 있다고 봐야죠.”
문 대통령의 ‘선 제재 후 협상’ 발언은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와도 큰 틀에서 일치한다는 평가입니다.
이 때문에 6월 말로 예상되는 미-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의 대북 공조 의지를 미리 천명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 때문에 어차피 대화 모색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과 대북정책의 눈높이를 맞추고 미-한 공조를 강조하는 쪽으로 정상회담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 대북정책을 취하기 보다는 미국과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미 간 공조를 보다 돈독히 함으로써 북한의 오판을 최소화하는 그런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판단됩니다.”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그리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26일 발표한 대북정책 합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은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동맹국과 역내 파트너들과의 외교적 조치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30일 저녁 이뤄진 한-일 정상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한 우려에 공감한다며,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니며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표는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며 국제사회도 북한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녹취: 박수현 대변인 / 한국 청와대] “국제사회는 한편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고 한편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계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북 핵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북한은 3주 연속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북한을 진지하게 만들려면 중국의 경제적 압력과 미국의 군사적 압력 밖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