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라고 거듭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며 대응해 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하루빨리 남북관계 개선의 길로 나올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16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축사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이유진 부대변인 / 한국 통일부] “어제 대통령께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씀하신 것은 그동안 대화 제의를 꾸준히 해 오셨던 것을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의에 대해서, 또 민간단체의 접촉, 교류 이런 신청에 대해서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문 대통령은 6.15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축사에서 역대 정권의 남북 합의로 되돌아가자며 이런 제안을 한 데 대해 북 핵 등 한반도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되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풀겠다는 해법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북 핵 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커지고 있는 현재의 흐름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기자들을 만나 북 핵 동결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북 핵 문제에서의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남북관계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끌어나가는 건 분명하지만 이는 많은 국제 상황과 연계돼 있고 특히 북 핵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해 북 핵 문제에서의 국면 전환이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입니다. 북한은 연일 자주냐 외세 추종이냐 선택하라고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은 15일 담화에서 미국의 핵전쟁 도발에 대처한 자신들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를 시시콜콜 걸고 들었다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이런 입장이 단기간 내에 바뀔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기 전에 자신들의 핵 무력 고도화를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굿파머스 연구소 동용승 소장은 이달 말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의 대응 방향에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동용승 소장 / 굿파머스 연구소] “북한은 현 시점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기 어려울 겁니다. 한국 정부에서 대통령이 큰 그림을 제시했으니까 거기에 따르는 후속적인, 구체적인 작업이 필요할 것이고. 우선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에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조건을 아직 분명하게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도 문 대통령의 제안을 심사숙고하며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미국 입장에서도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대화의 전제조건에 대해선 명확하게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조율 가능하다고 보여지는데, 문제는 (최근 석방된) 웜비어 씨의 혼수 상태 이 문제로 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어떻게 추가 변수로 작용하느냐, 이게 좀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보여지네요.”
일각에선 미-한 정상회담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 정부가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등의 막후 접촉을 통해 북한 측의 의중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