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오늘(20일)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의 행태를 개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웜비어 씨의 사망이 남북대화 재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의 유족에게 20일 조전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조전에서 웜비어 씨의 사망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웜비어 씨의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최선의 치료를 받게 했어야 할 인도적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북한의 인권 의식을 비판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수현 대변인 / 한국 청와대]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웜비어 씨 유족에게 조전을 보낸 데 대해 다음주 미-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입니다.
웜비어 씨 사망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 내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반응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웜비어 씨 사망이 미-한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주제들은 이미 결정됐다며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웜비어 씨 사망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선뜻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미국 입장에선 계속해서 대북 제재로 가야 한다는 그런 입장일 것이고, 한국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대화 문턱을 상당히 낮추는 그런 남북 간의 대화를 지향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상당히 간극이 있는 상태거든요. 웜비어 사건 때문에 이렇게 간극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공동화할 수 있을지 숙제로 남네요.”
웜비어 씨 사망이 낳은 파장은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변수입니다.
웜비어 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협조할지, 웜비어 씨 사망에 대한 공식적인 유감 표명을 할지 여부가 사태 추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과거에 보였던 행동으로 미뤄 볼 때 북한이 유감 표명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습니다.
아웅산 사태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납치된 일본인 사망 사건 등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과 민간 차원의 교류를 재개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도 속도조절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8·15나 10·4를 기해서 정부 차원에서는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준비를 했을 텐데 그 내용 중에는 민생 협력이라든가 인도적 지원이라든가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내용들이 상당 부분 이번 사태로 인해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멈칫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20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당국에 한국 국민들과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억류자를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