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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국 대북협상가들 “러시아 대화중재 필요없어…동아시아 입지 강화 의도”


지난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북 핵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하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북 핵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하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자료사진)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이 북한을 거듭 옹호하는 러시아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6자회담 등에서 존재감이 없던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적극 감싸고 나선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올렉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북핵담당 특임대사는 2일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와 개별 국가의 일방적 제재에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습니다.

3개월 마다 안보리 결의를 채택하는 것은 그 가치를 떨어뜨리고, 미국의 일방적 대북 제재도 잘못되고 해로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을 옹호하는 러시아의 이 같은 태도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y look at it as possible ways to reduce the U.S. factors, prestige in Northeast Asia. I think they have supported for many years the idea of diminishing US-ROK alliance.”

힐 전 차관보는 2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오랫동안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려 해왔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최근 행보는 우선 한반도에서의 미군의 훈련을 중지시키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약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이어 6자회담 당시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 해체 시점이 오면 러시아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We always imagined that if we got to the point of dismantling North Korean nuclear program and at that point they could be very helpful because of their experience in this area.”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적이 없던 러시아가 갑자기 중재 역할을 맡겠다고 나선 것은 과거 행보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연일 대북제재 무용론을 부각시키고,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일부러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 간 중재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 당시 대북협상팀의 일원이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VOA’에 러시아의 중재 역할 제안에는 동아시아에서의 입지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Russians would like to restore position in the East Asia which they enjoyed before the collapse of the Soviet Union.”

소련 붕괴 이전에 동아시아에서 누렸던 지위를 다시 찾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중재 역할을 환영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 not see much likelihood that the Russia’s service as a mediator will be welcomed or necessary.”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중재 역할에 더욱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아인혼 전 특보] “If Russia really wants the peaceful solution on North Korea, I think it should start being more…in implementing UNSC resolutions.”

아인혼 전 특보는 러시아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동의해놓고도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제재 위반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 자리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러시아가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가장 중요하지 않은 나라였다며,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Russia was really the least important party in the six party talks mainly because Russia doesn’t have much influences with any of the principal regional countries, especially North and South Korea.”

6자회담 3차회담까지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러시아가 협상 당시에도 북한에 도움을 주는 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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