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화에 나선 것은 미국 주도로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북한의 외화 수입이 크게 줄어든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데, 북한이 어떤 제재에 봉착했고, 현재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함지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대화 의제로 올릴 수 있다고 한 데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해석은 일관적입니다. 바로 ‘최대 압박 캠페인’이 작동된 결과라는 겁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So China has been a big help. I think that’s been a factor. But the sanctions have been very very strong and very bitin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중국이 큰 도움이 됐고, 이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된) 요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가 매우 강력했고, (북한을) 매우 아프게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북제재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크게 강화된 게 사실입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2005년부터 계속된 미국의 대북 제재는 450개의 개인과 기관을 제재하고 있는데, 이중 절반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므누신 장관] “I would just say that this brings up the total to over 450 sanctions that we have on North Korea. I would say approximately half of those have been done in the last year. So we’ve had sanctions since 2005. Under President Trump’s leadership, we’ve done half of those in the last year…”
미 재무부에서 태러금융 분석관으로 활동했던 조너선 셴저 민주주의진흥재단(FDD) 선임부회장도 최대 압박 캠페인이 현재의 결과에 이르도록 확실한 도움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셴저 부회장] “I certainly believe that the campaign maximum pressure has certainly helped to achieve this outcome.”
따라서 현 시점이야 말로 제재와 압박이 지속될 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2016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북한을 겨냥한 국제사회 제재 수위가 매우 낮다고 진단했었습니다.
이란과 미얀마, 쿠바, 짐바브웨와 같은 나라들이 받는 제재보다도 약한 제재를 받고 있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대 압박 캠페인’을 필두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의 수위가 전례 없이 높아지면서 그런 지적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돈줄을 끊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대외 무역과 외교, 해외 노동자, 해상활동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해외 무역이 급감했다는 건 여러 지표와 수치를 통해 확인됩니다.
최근 ‘VOA’가 확인한 올해 1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3천641만 달러. 지난해 1월의 2억110만 달러나 2016년 1월의 1억7천752만 달러와 비교해 최대 7분의 1이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전체 수출국에서 차지하는 위치 또한 기존의 60위 대에서 83위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북한의 수출액이 급감한 건 당장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었던 석탄과 철, 철광석 등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수출이 전면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5대 수출품에 포함됐던 수산물과 섬유제품까지 금지되면서, 당장 정식 무역경로를 통한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잃은 겁니다.
1월은 북한의 농산물과 토석류 등 안보리가 금지한 품목의 수출이 유예기간을 이유로 여전히 가능하던 시기입니다. 2월부터 이들 품목마저 끊기게 되면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필리핀과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수단, 태국, 브루키나파소 등은 북한과의 무역을 중단했습니다. 이들을 통해 벌어들였던 수억 달러가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된 겁니다.
외교 분야에서의 변화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지난 한 해 멕시코와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이탈리아는 북한 대사를 추방했고, 독일과 불가리아, 남아프리카, 우간다, 이탈리아, 멕시코 등은 일반 북한 외교관을 감축했습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와 포르투갈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끊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각 나라들은 특정 국가와의 외교관계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그런데 10개가 넘는 나라들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대사와 외교관을 추방하고, 외교관계를 끊는 초강수 조치를 취한 겁니다.
미국 정부는 각국의 이 같은 결정이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정책계획 국장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모든 양자회담 때마다 북한 문제를 들고 나왔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촉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훅 국장] "in every bilat the Secretary brings up North Korea, and he has done..."
실제로 틸러슨 장관을 비롯해 미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방문한 나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과의 외교 관계에 변화를 줬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외교관은 각종 불법활동을 통한 외화벌이에 동원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또 다른 주요 외화 수입원인 해외 노동자들도 ‘최대 압박 캠페인’과 맞물려 짐을 싸게 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러시아는 기존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허가증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고, 동시에 이들을 귀국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우방국으로 알려진 몽골은 북한 노동자 1천200여명을 오는 6월까지 모두 돌려보내겠다고 최근 공개된 유엔 안보리 이행보고서에 명시했습니다.
그 밖에 북한과 오랜 친분 관계를 맺던 아프리카 나라들, 특히 우간다와 앙골라, 세네갈, 적도기니, 에티오피아도 북한 노동자에 대한 비자 갱신을 중단하면서, 본격적인 추방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북한은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건설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였고, 그만큼 많은 외화 수입도 거뒀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활동이 지난해부터 체계적으로 중단되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북한의 외화 벌이에 문제가 생겼음을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해상활동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북한이 강화된 대북제재를 피해 유류를 유입하고, 대북제재 품목인 석탄을 몰래 판매하기 위해선 선박을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중순부터 북한이 불법으로 선박을 운용한다는 정황이 포착되기 시작했는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과 12월 북한 유조선이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유조선과 맞댄 상태에서 물건을 옮기는 장면을 촬영해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를 근거로 역대 가장 많은 56개의 선박과 관련 회사, 개인을 제재했습니다.
또 일본은 초계기를 동원해 북한의 선박 간 환적 장면을 연이어 포착했고, 한국은 북한 선박과 거래한 2척의 유조선을 억류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던 사실상 유일한 방법마저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에 가로막힌 겁니다.
셴저 부회장은 북한이 평화공세에 나서고, 비핵화까지 언급한 만큼 최대 압박 캠페인을 멈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셴저 부회장] “However I believe that the pressure campaign should not halt based on this alone. North Korea has a history of relenting and offering discussions and offering diplomacy and then reverting back to its previous malign behavior.”
북한은 협상과 외교에 동의하고, 또 제안한 뒤 다시 나쁜 행동으로 되돌아간 전례가 있다는 겁니다.
이어 목표는 북한의 핵 폐기 단계를 밟는 게 아닌 완전한 핵 폐기라면서, 이것이 북한과 관여하는 모든 나라들에게 ‘요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