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속도가 미-북 비핵화 협상 속도를 앞질러 가고 있다면서, 동맹 간 대북 인식 차를 조율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희망’ 보다는 ‘사실’을 토대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hope that the public statements will eventually be proven true but it seems currently that the two governments are not quite on the same page when it comes with North Korea.”
리스 전 실장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나라가 북한 문제에서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공식 성명이 사실로 증명되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최근 일각에서는 남북한의 군사합의서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대북 접근에 대한 두 나라의 입장차는 과거에도 있었다며,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There has been a prime feature of North Korean foreign policy for many decades to try to divide the US and ROK to weaken the alliance.”
과거 수 십 년에 걸친 북한 외교정책의 주된 특징은 미-한 동맹을 약화하고 분열시키는 것이었고, 이는 한국과 미국의 정권 성향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났을 뿐, 현 상황은 이전에 봐 왔던 북한의 ‘게임 플랜’이라는 설명입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남북 간 해빙에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미-한 균열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전통적인 전술에 휘말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President Moon made sincere efforts to try link North and South reconciliation process, but now he is running into the problem because it is the classic North Korean tactic.”
매닝 연구원은 이어 한국은 북한을 위협 보다는 파트너로 여기는 시각이 강한 것 같다며, 지금은 두 개의 독립적인 대북 접근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리스 전 실장은 많은 한국인이 미국과 달리 북한의 적대감이 줄고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자연스럽고도 이해할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대북 인식과 관련한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기대에 따른 입장 때문이라며, 한국은 지금 북한이 하는 말에 약간의 의심을 더 갖고, 덜 낭만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Fundamentally it is a different perception based on different history, different culture, different expectations. I just with that they would be little less romantic and little more skeptical of the things that North Koreans are saying.”
한국이 젊고 요령 있어 보이는 북한 지도자로 인해 ‘사실’보다 ‘희망’에 기반한 정책을 결정할 위험이 커 보인다는 겁니다.
매닝 연구원은 ‘5.24 대북 제재 해제’가 그 일환이 될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내면서, 미-한 동맹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매닝 연구원] “This is not a good time to talking about loosening sanctions, if you look at the momentum…”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든 것이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인데,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제재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다니엘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모든 사안에 대해 입장이 같아야 하는 게 동맹의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부소장] “Alliance don’t mean that you agree on everything, alliance don’t mean that their interest are completely the same. The challenge is how to manage our difference.”
서로의 이해가 완전히 맞아 떨어지는 것이 동맹의 의미는 아니며, 그 보다는 서로의 입장 차를 잘 관리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은 동맹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스나이더 부소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정치적으로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