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8일 열리는 미-북 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 여부가 여전히 관건이라며, 북한이 임의로 선택한 비핵화 조치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북 간 신뢰를 다시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번에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갖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상당히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So the game is we are getting to the end of this introductory game here that is the game after the Singapore. I just don’t see him claiming that they progressed when he can’t say what the progress is, so I think the stakes are very high.”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는 폼페오 장관은 북한과 이룬 진전이 정확히 무엇인지 언급할 수 없다면, 미-북이 진전을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미-북 고위급 회담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시작한 (북 핵 협상) ‘게임’을 마무리해야 할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Since Singapore, there’s been very little sign that North Korea is serious about denuclearization, so first of all, I think Mr. Pompeo needs to find North Korean’s willingness to denuclearize.”
힐 전 차관보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준 신호는 아주 적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폼페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요구인 제재 완화를 거부하고, 대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핵 무기를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기준으로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을 꼽았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As far as I know, the US still wants North Korea to make a full declaration of its nuclear capabilities; its facilities and nuclear weapons and fissile materials.”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핵 관련 시설과 핵무기, 핵 물질 등 핵 역량이 담긴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다만, 김영철을 만나는 폼페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알 수 없고, 북한이 이미 거부한 ‘핵 신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고집할지, 아니면 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절충안을 마련했는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But, I don’t know what Pompeo’s instructions are, I don’t know whether Trump wants him to continue to insist on thing North Korea already has rejected or whether Trump is prepared to compromise in order to get a second summit meeting.”
하지만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 협상도, 북한의 완전한 핵 역량을 알아야 가능하다며 ‘핵 신고서’ 제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If North Korea gives him a full denuclearization program, then they can talk about the sequencing, step-by step, and I never thought it was realistic to expect those sanctions relief until all the nuclear weapons are destroyed, but it is also right now North Korea is asking to the sanctions relief before does anything.”
북한이 폼페오 장관에게 완전한 핵 신고서를 제출해야, 동시적 비핵화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의 모든 핵 무기가 폐기돼야 제재 완화를 기대한다는 것이 결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 북한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폼페오 장관은 북한이 자의적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이번 회담의 보다 근본적 사안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미국이 수용할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 fundamental issue of whether the US will be willing to move in a step-by step action. It’s hard to believe that after so many months and so many meetings the US is saying that it will not provide any sanctions relief until the North Koreans have completely ended their nuclear weapons program. That never sounded plausible to me.”
(미-북 정상회담 이후) 수 개월이 지나고, 북한과 많은 회담을 갖고도 북한이 완전한 핵 무기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전까지 어떤 제재 완화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주장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계속 이 같은 입장을 고집한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답보상태인 미-북 협상의 돌파구가 되지 못한다면 북한은 다시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I would expect that the rhetoric, the language that is used by the North once again become hostile. They are going to once again pursue nuclear weapons. A development that they had before to include nuclear weapons test and ballistic missile tests.”
이전에 북한이 보여준 수사와 언어를 사용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포함해 핵 무기를 다시 추구하려 들 것이라는 겁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폼페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이 미-북 간 간극을 줄일 계기가 되기에는 양국 사이가 너무 멀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The two sides don’t seem to be very close together. It seems to me that the level of trust has dropped between US and North Korea, so I think in this meeting, the important thing to do will be reestablish trust between two sides. I think the American side suspects of North Korean side, because of the forward movement with South Korean relationship doesn’t seem to feel it’s necessary to meet some of the position to put forward by US.”
와일더 전 보좌관은 미-북 간 신뢰도가 떨어진 것 같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은 양측간 신뢰를 다시 쌓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북한의 움직임이 미국의 입장과 부합하지 않다고 느끼면서 북한을 의심하게 됐다는 겁니다.
따라서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번 회담이 북한이 가려 하는 방향을 보다 확실히 해 줄 계기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