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제에 관한 입장차로 답보 상태에 있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점차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입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중대 고비를 맞았지만,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북 양측의 상대를 겨냥한 발언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가는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 측 수사가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협상 무용론’과 `협상 중단’까지 언급했는데요, 그동안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가급적 자제했던 표현들이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대북 제재를 `악랄한 책동’이라고 비난했고,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은 관영매체 논평에서 `병진 노선’의 복귀를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제재와 관련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요?
기자) 오히려 기존의 입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9일자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기고문을 실었는데요. 이 기고문에서 “북한에 대한 전례 없는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지 않겠다던 대북 `최대 압박’을 사실상 재론한 겁니다. 대북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도 새삼 제재 유지와 이를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제재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점차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의 `병진 노선’ 복귀 발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기싸움’ 내지는 `신경전’을 펴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일본 내 친북단체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협상 무용론’을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 측의 수사가 단순한 압박용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조선신보’는 미국연구소 소장의 논평이 북한 지도부의 의중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협상의 판을 깰 수도 있다는 건가요?
기자)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미-북 간 “취약한 긴장 완화 상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우려는 미국의 중간선거와 8일로 예정됐던 미-북 고위급 회담 연기, 그리고 이후 계속되는 양측의 자극적인 발언으로 점차 높아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공식적으로는 험담을 하지 않고 있지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진행 상황에 만족감을 표명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개최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도 미-북 관계가 “우호적”이며, “큰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협상 무용론’이나 `병진 노선 복귀’ 발언을 비공식 논평의 형식으로 띄우고 있습니다. 특히 제재를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있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대미 협상의 판을 깰 의도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제재 문제에 대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이 워낙 확고합니다. 경제적 압박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기다리겠다는 건데요, 급한 쪽은 북한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겁니다. 경제 개발을 명분으로 `병진 노선’의 포기를 선언한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 완화가 절실할 것이고, 결국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특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미국 측의 구체적인 약속이 없이는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앞서 종전 선언을 둘러싼 미국과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미국이 먼저 상응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비핵화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힌 상태입니다. 이후 미-북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건 잘 알려진 대로입니다.
진행자)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재 문제를 둘러싼 교착 국면은 앞서 종전 선언으로 인한 답보 상태 보다 더 오래 갈 전망입니다. 서로의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이 문제가 미국과 북한에 공히 핵심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는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