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탈북민단체 대표들이 광주민주화운동에 자신들이 북한 특수대원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극우 논객을 집단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이런 허위 사실을 날조할 게 아니라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북한의 독재 타파로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탈북민단체 대표들이 13일 한국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극우 논객으로 불리는 지만원 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 씨가 자신들을 지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북한 특수부대원으로 개입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 여군 출신인 김정아 ‘통일 맘 연합회’ 대표입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이것이 너무 황당한 사실인 것을 계속 퍼 나르고 그것을 믿고 그 주장에 계속 동조하는 분들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이것은 인격살인이기 이전에 정말 탈북민 인생을 농락하는 무서운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1976년생으로 광주운동 당시 만 4살이었던 자신이 어떻게 북한 특수부대원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다른 탈북민들도 광주에 왔다는 증거 자체가 없는데도 지 씨가 같은 주장을 반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80년에 초등학생이었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지 씨의 주장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철환 대표] “저는 77년부터 89년 사이에 함경남도 요덕군에 위치한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10년 간 정치범 생활을 했었는데, 제가 어린 나이에 광주로 파견돼 간첩 활동을 했다고 조작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지만원 박사가 애국자로 불리긴 하지만, 저는 약간 정신이 나간 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탈북민 15명은 지만원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고, 명단에는 지난 2010년 사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600명에 달하는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해 폭동을 주도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얼굴 지문 기법을 통해 증거를 찾아냈다며 한국에 사는 탈북민 50여 명도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시민 주도로 신군부의 계엄령과 무력 진압에 맞서 민주정부 수립을 요구하며 펼친 운동입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따르면 당시 군부의 진압으로 606명이 숨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바른미래당의 북한 인권운동가 출신 하태경 의원은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지 씨 때문에 탈북민들이 인격 말살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지만원 대표는 정말 우리 탈북자들, 어렵게 자유와 희망을 찾아 내려온 분들을 인격살인하고 있습니다.”
하 의원은 “지 씨의 주장은 한국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악의적인 모략”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 씨는 그러나 13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하 의원을 “빨갱이”로 지칭하며 “탈북 광수들이 트로이 목마라는 그간의 짐작을 사실로 증명시켜 주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왜 (5·18 때 북한 특수부대로 광주에 투입된) 광수인지, 전문적인 얼굴분석 기법에 의해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 씨는 앞서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탈북 광수들이 정치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지만원 대표] “이 사람들 여기에 먹고 살러 왔어요? 자유 찾아왔어요? 정치하러 왔어요? 정치하러 (한국에) 온 거예요. 5·18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건데 그 키를 쥐고 있는 지만원을 제거시키겠다는 거예요. 이 사람들 빨갱이들 아니에요?”
`VOA'는 탈북민들의 기자회견에 대한 지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지만, 지 씨 측은 이날 시위집회로 인해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지 씨와 측근들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후보 중 한 명으로 지 씨를 검토했다가 배제하자 항의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는 광주민주화운동 때 발생한 민간인 학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해 2월 특별법을 제정한 뒤 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들은 지 씨의 거짓 주장 때문에 북한 인권운동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아 대표입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지금 (광수)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북한 정부가 테러 대상으로 지정했거나 북한 인권 활동을 위해서 북한 정권이 대북 제재를 받도록 한 주역입니다. 지만원 이 분의 주장! 누구를 돕자는 것이죠? 정말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것입니까?”
정광일 `노 체인' 대표는 지 씨의 주장이 북한 인권운동과 관계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사람이 아주 히스테리적 발작이 아니면 북한 인권 활동에 저해를 주려는 행동 같습니다. 당장 중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철환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은 독재에 대항한 시민들의 항거운동이었다며, 탈북민들을 ‘광수’로 매도할 게 아니라 광주 정신을 북한에 전하도록 한국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철환 대표]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하지 못했지만, 북한 당국이 엄청 선전을 했습니다. 마치 자기 일처럼…저는 북한에 있을 때 저희 또래 많은 친구들은 북한에도 김일성, 김정일, 현재 김정은에 이어지는 독재에 맞서서 광주 민주화 정신이 북한에도 올 수 있지 않겠냐 그런 희망을 품었습니다. 바로 그 민주화 정신을 우리가 북한에 옮겨 놔야겠죠.”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