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지난 연말 만료됐지만 양국이 새 협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지불할 방위비 비용과 협정 유효 기간을 놓고 양측이 절충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과의 첫 방위비 협상인 만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4년 체결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은 지난해 12월 31일 만료됐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차례 회의를 하며 올해부터 적용할 새 분담금 협정 체결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9차 회의에서 양측이 상당히 견해 차이를 좁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미국이 막판에 요구 조건을 높이면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 한국이 부담할 분담금 비용과 협정 유효 기간입니다.
지난해 9,602억 원, 약 8억4천9백만 달러의 분담금을 냈던 한국 정부는 당초 약 8억8천만 달러, 원화로 '1조 원'을 넘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9차 협정의 유효 기간이 5년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다년 계약' 체결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애초 16억 달러를 제시했다가 한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최근엔 '10억 달러, 유효 기간 1년'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한국 언론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연말 한국 청와대 측에 이 같은 최종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분담금 1조 원 이상'도 검토하는 대신 협정 유효 기간을 3년으로 미국 측에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인건비, 각종 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입니다.
미국은 1990년까지 주둔 비용을 사실상 전액 부담했지만, 1991년부터 양측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통해 비용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적용하는 제10차 협정은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과 벌이는 첫 방위비 협상의 결과물이 되는 셈입니다.
또 한국과의 협상 결과가 내년에 진행될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상에도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협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난항을 겪던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전 세계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은 무역에서 미국을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국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후보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 등을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지목해온 만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 독일 보다 한국의 분담금 비중이 더 높으며, 방위비 분담금 이외에도 토지와 인력 제공, 각종 수수료 감면의 지원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훨씬 크다는 입장입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티모시 베츠 국무부 부차관보가 한국과의 분담금 협상을 이끌고 있지만, 백악관으로부터 직접 지침이 하달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하며, 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 방위비 협상에 합의하지 못하면 위험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미국이 최근 한국 측에 협정 공백 상황이 지속하면 4월 중순 이후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성조지'에 "입장 차이가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실례로 지난 2014년 9차 협정 때도 합의 지연으로 인한 무협정 상태가 4개월 이상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결안에 조속히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