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평화와 안보 우선순위 놓고 대립하는 한국사회

평화가 우선인가, 안보가 먼저인가? 한국사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찬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민간단체 연대는 4·27 판문점 선언을 맞아 비무장지대에서 50만 명이 인간띠를 잇는 평화 염원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400여 명의 예비역 장성들은 위장평화에 속지 말고 조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단체 출범식을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평화와 안보 사이에서 한국인들이 첨예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민간 연대인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 고성에서 인천 강화까지 500km에 달하는 분단 현장에서 인간띠 잇기 행사를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3·1 운동과 한국의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오는 4월 27일 시민 50만 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겁니다.

이석행 본부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민간이 주도해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행사를 계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석행 본부장] “정치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촛불의 행진처럼 민이 나서서 하나의 파워를 형성하는 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본부 측은 보도자료에서 이 행사가 민족의 한결같은 염원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여는 것으로, 국론을 통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월 중순까지 전국에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50만 명을 모집할 것이라며, 지역별 고등학생 이상 청년과 대학생,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운영해 안전하게 행사를 치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본부 측은 이날 ‘DMZ 민+평화 손잡기’ 발대식을 갖고 소풍 가는 마음으로 행사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표어를 ‘꽃피는 봄날 DMZ 소풍 가자’로 정했다며 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녹취: 참석자들] “과거에 사로잡힌 채 갈등을 증폭시켜 미래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용서와 약속이 종교인들 본연의 책무이자 사명인 것을 이번 손잡기 행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내 보자”

이정배 3·1운동 백주년 종교개혁연대 공동대표는 이 행사가 남남갈등까지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정배 공동대표] “지금 이 남남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어떤 하나의 우리들의 호소를 구구절절이 담아서 이 문제를 위해서 우리가 새롭게 참여하자. 기해년의 기적을 판문점 선언 1주기를 맞아서 DMZ를 걸으며 일궈내자…”

하지만 이틀 뒤인 30일 같은 장소에서 위장평화보다 국가 수호와 안보가 우선임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전직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 415명이 동참한 이 단체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공산정권과 ‘민족 공조’라는 미명 하에 국민이 피땀 흘려 세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 결성을 주도한 예비역 공군 장성인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입니다.

[녹취: 송대성 전 소장] “이 행사의 취지는 지금 대한민국 안보가 남북한의 위장평화와 북한의 사술에 의해 심각한 국면에 있습니다. 이럴 때 예비역 장성들은 평생을 안보를 생각해 살았던 사람들인데 이렇게 가만히 돌아가는 상황에 끌려갈 수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존망을 위해 장성들로서 진정하게 할 얘기는 하고 그런 모임입니다.”

예비역 장성들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대군 성명서’에서 김정은 정권이 주장하는 한반도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닌 기만적인 ‘가짜 평화’로 북 핵이 아니라 한국의 안보 역량을 “파괴· 무력화·불능화”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로 통일되고 확고한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한-미 동맹이 결속해야 한다며 국민이 힘을 합해 가짜평화를 분쇄하고 한-미 동맹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한국군에는 위장평화와 남북 공조가 아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조국과 국민을 사수하고 한국의 생명선을 허무는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2월 안에 폐기할 것을 결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날 축사를 한 노재봉 전 총리는 남북이 어떤 통치 형태로 공존할 것인가의 정의가 중요하다며, 반대자는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는 북한 정권의 극악함을 언급하지 않고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재봉 전 총리] “북한에 대한 체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 반대 분자들은 전부 다 수용소에 집어넣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한마디 없습니다. 포로가 된 국군을 송환시켜 달라는 데도 한마디 없습니다.”

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에 공개질문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다며,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각오로 대국민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