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어제(20일) 발언은 이전에 비해 유연해진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재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에도 비슷한 발언을 몇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가령, 중간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 유세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며, “그러려면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백악관과 국무부의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라는 공식 입장에 묻혀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공식 입장과 맥락이 같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뭐가 다른 건가요?
기자)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앞서 제재와 관련해 유화적인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나왔다는 게 다릅니다. 폼페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게 전적인 목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조건부 제재 해제를 거론하면서, 그 조건이 달성될 가능성을 내비친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해제하려면 북한이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이번에 “그 것이 이뤄지는 것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제재 해제의 조건에 부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약속할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많은 것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며,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의 성패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달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편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뭔가 의미 있는 것’이 뭔가요?
기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최근 연설에 답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 연설에서, 지난해 10월 폼페오 장관의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뿐 아니라 북한 내 모든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해체와 파괴를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 약속을 실행에 옮기는 게 ‘뭔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진행자) 제재 해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부지만 제재 해제의 가능성을 제시한 만큼,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분명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제재 해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일관되게 이를 요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판에 회담의 결과가 달린 것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톱 다운’식으로 진행되는 미-북 비핵화 협상의 특징이 바로 그런 점입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둘 중 누구도 실패한 결과물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는, 과거와 똑같은 접근 방식에 구속 받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무 수준의 조율을 뛰어넘는 두 정상의 정치적 결단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이 뭔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이번에 제재를 전면 해제할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제재 해제 보다는 완화를 뜻하는 것으로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에 맞춰 제재도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전면적인 제재 해제는 비핵화 완료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한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새로운 발언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에도 자신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북한 땅에서 많은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가 없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도 일치합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관계 정상화는 한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오래 걸리는 절차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