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전 출간을 앞둔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 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이 일부 책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11살 때부터 허리에 권총을 차고 다닌 어린 시절부터, 최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 일화 등이 담겼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당시 6살이었던 그를 처음 만나 악수를 청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절 무섭게 노려봤어요. 40이 넘은 어른을 그렇게 노려 본다는 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 취재 전문기자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 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의 책 ‘위대한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 실린 내용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 씨는 어린 김정은과의 첫 만남을 회고하면서, 아버지 김정일이 후지모토를 소개한 뒤에야 악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30년 넘는 나이차에도 김정은은 존칭어를 생략한 채, 늘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고 전했습니다.
후리모토 겐지 씨와 20여 년 전 북한을 떠난 김정은의 친척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쓰여진 이 책은 영어로 출간된 첫 김정은 평전입니다.
‘어린 왕자(Little Princes)’, ‘넘치는 장난감(Limitless toys)’, ‘외로움(Lonely)’ 등의 소제목에는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담았습니다.
평전에 따르면 김정은은 7살 때부터 직접 몰 수 있도록 개조된 전용 차량을 가졌고, 11살에는 권총을 허리에 차고 다녔습니다.
소니 텔레비전과 고가의 컴퓨터, 비디오 게임기, 야마하와 스타인웨이 같은 명품 피아노가 그의 방을 메웠고, 집에는 인공 폭포와 호수, 사격장, 작은 동물원이 있는 정원이 있었다고 이 책은 설명했습니다.
익히 알려진 김정은의 ‘농구 사랑’에 대해서도 적혀 있습니다.
농구 경기를 강박적으로 분석했으며, 경기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보인 선수는 칭찬하고 그렇지 않으면 질책하는 모습은 마치 지휘술을 연습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풍족한 환경에도 김정은과 그의 형 김정철은 친구 없는 외로운 생활을 했다는 게 후지모토 씨의 설명입니다. 이복형 김정남과는 아예 왕래 조차 없었고, 동생 김여정은 너무 어려 자신이 친구가 돼 줬다고 말했습니다.
또 가족 모두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식탁을 떠나지 말라는 모친 고용희의 지시에도 김정은은 형 정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반항적 성향을 띄기도 했다고 소개합니다.
김정은 일가의 해외여행 일화도 담겼습니다.
당시 7살이었던 김정은은 어머니와 형 김정철과 가짜 브라질 여권을 소지하고 일본 디즈니랜드를 방문했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고용희는 북한에 일본 놀이기구를 들여오는 데 얼마나 드는지 물어보기도 했다는 겁니다.
또 김정은은 어린 시절 비행기와 장난감 배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작동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밤을 새워 실험할 정도로 하나에 빠지면 크게 집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을 ‘마이크’로 불렀으며, 자신의 건강 문제를 의식한 듯 직접 관련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이 책은 소개했습니다.
평양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도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자신도 운동을 좋아하고 농구를 많이 한다는 말을 했다고 책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파이필드 기자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평전과 관련해 김 위원장에 대해 아는 모든 정보를 취합해, 그를 들여다 보려 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북한 군부로부터 군 경험이 없는 20대 지도자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점과, 미국을 물리치기 위해 핵 개발에 나섰다고 관측했습니다. 또 `병진 정책’에 나선 이유를 권력 유지 목적으로 봤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10여 차례 방북한 파이필드 기자는 사상 처음 스마트폰으로 2016년 5월 노동당 대회 회의장 주변을 생중계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