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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물꼬 튼 실무 협상. 미-북 입장차 줄이는 것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판문점에서 성사된 미-북 정상 간 ‘깜짝 회동’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실무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는 이번 미-북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은 두 사람 간의 관계를 ‘하노이 회담’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결국에 이번 북-미 간의 상호 신뢰 회복은 북-미 정상회담이 꼭 의전이나 경호와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도 내용이 만들어지고, 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교수는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양국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비핵화 평화체제 프로세스에 동력을 부여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던 미국의 실무 협상 제안에 합의한 것은 성과로 꼽았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원은 이번 만남의 최대 수혜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전했습니다. 재선을 겨냥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선인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있었던 (미-북) 톱 다운 방식의 동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고, 대내외적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보여집니다.”

이전 미 정권을 비판하며, 자신이 취임한 후 한반도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조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또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고 내부 결속이 필요했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원] “김 위원장 역시 세계에 이목을 집중시킨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수세에 몰린 가운데 입지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고, 성과가 없는 과정에서 성과가 있는 것처럼 과시했으니까 손해 볼 건 없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은 갑작스런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인 데 대해 일단 좋은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이사장] “그런 ‘쇼트 노티스’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거든요. 북한이 그만큼 지금 속이 타고 필사적이라는 거니까, 뭔가 현 상황을 돌파하길 자기들도 그만큼 원하고 있다는 신호니까 (좋은 것이죠).”

그러면서 제재만 제대로 작동하면 서두를 이유가 없는 미국으로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협상 국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이번 두 정상의 회동이 비핵화 협상을 얼만큼 진전시키느냐 입니다.

천 이사장은 실무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향후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이 이어질 지, 그렇지 않을 지를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이사장] “실무회담 재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거기서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나오느냐는 것이 앞으로 북한이 비핵화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를) 더 만들 것인지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 제안은 내부정치용일 가능성이 높다며, 북 핵 해법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었던 만큼, 실무 협상 결과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회담 이후 많은 것이 나오지 않았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포괄적 합의가 목적이고, 제재는 유지되고, 기존 입장과는 변한 것이 없기 떄문에 사실 지금으로서는 실무 협상이 그렇게 쉬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53분 동안 이어진 ‘단독 회담’에서 두 정상은 서로 간의 신뢰를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실무 협상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한편 조한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했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추가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면서도 다음 장소가 미국이 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물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방미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도 비핵화 협상이 불가역적인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어야 가능하다면서, ‘백악관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까지는 산적한 과제가 많다는 겁니다.

‘판문점 회동’이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용현 교수는 미-북 정상 간 만남이 결국 비핵화 평화체제의 진전 과정에서 남북관계에 유연성을 제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진전이 이뤄지면 남북 경협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준비를 통일부에서 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한국의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의 깜짝 만남이 미-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동력은 제공했지만,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 해법에 대한 이견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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