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등 국내 현안들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반도 문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을 때마다 초당적으로 대처했습니다. 특히 세 번째 대북 제재 강화법을 제정했고, 위기에 빠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며,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데 대해 초당적인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2019년 미 의회의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움직임을 이조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올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자 미 의회 내에서는 북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당시 대북특별대표로부터 하노이 회담 결렬에 관한 비공개 브리핑을 받은 상원의원들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일부와 사실상의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터무니 없는 제안”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으로 초당적인 긍정 평가를 내렸습니다.
[녹취:메넨데즈 의원] “I am hopeful that now that a high stake summit didn't produce the result…”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는 당시 VOA에, “미국이 북한과 합의하지 않은 것은 옳았고 이제는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진지하게 시험할 차례”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대선 국면에 돌입하며 줄어들었던 미-북 협상에 대한 미 정치권의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월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을 계기로 다시 ‘반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대표는 판문점 회동은 “미 외교 역사상 몇 안 되는 최악의 일 중 하나였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억류자 석방, 일부 유해 송환 등을 진전으로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지지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 협상에서도 이렇다 할 진전을 내지 못하자, 의회 내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됐습니다.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던 공화당 의원들도 점점 협상에 대한 회의감을 내비쳤습니다.
[녹취:메도우스 의원] “I think, obviously, we're not as optimistic about getting a deal with North Korea…”
하원 프리덤코커스 의장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크 메도우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VOA에, “우리는 예전처럼 북한과의 합의에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다음 단계’를 거론하기 시작하는 의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의회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은 본격적인 속도를 냈습니다.
대북 제재 강화 법안, 이른바 ‘웜비어 법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이 지난 18일 초당적 지지 속에 통과됐습니다.
북한이 대미 비난 발언을 지속하며 ‘연말 시한’을 압박하고, 연말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의회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겁니다.
‘웜비어법’ 입법을 주도한 상원의원들은 오토 웜비어 부모까지 초청해 법안 통과를 기념하는 회견을 열고, 북한의 도발에 “추가 경제 제재를 통한 압박 강화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녹취:밴 홀런 의원] “Regardless of what they're thinking is…”
척 슈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 8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화염과 분노’ 위협으로의 회귀는 심각한 오산”이라며, “진지하고 실행 가능한 외교적 계획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또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은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올해 미 의회는 한-일 관계 문제에도 적극 관여했습니다. 한-일 갈등이 미-한-일 안보 협력 문제로 번지자 적극 나선 겁니다.
2월 중순 상하원에 동시 발의된 ‘미-한-일 공조의 중요성 재확인’ 결의안은 중요한 시기마다 의회의 목소리를 내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습니다.
상원 결의안은 일제 강점기 한국인 노무자 강제동원 판결과 초계기 위협 논란 등으로 한-일 갈등이 불거진 지난 4월 외교위와 본회의를 잇따라 통과했습니다.
리시 위원장은 VOA에, “한-일 갈등은 오랜 기간 있었지만 양국은 가장 중요한 목표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리시 위원장] “The frictions are there over a long period of time, but the objective is to get past those to get to the bottom line…”
하원 결의안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첨예화된 상황에서 외교위 안건에 긴급하게 올려져 통과됐고, 이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양국 갈등이 악화된 지난 9월 말 본회의에서 채택됐습니다.
특히 리시 위원장은 지난 11월 23일 지소미아 종료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외교위와 군사위 지도부 전원과 공동 발의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바로 다음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지소미아 종료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올해는 의회가 어느 때 보다 미-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해입니다.
특히 한국이 공정하게 방위비를 분담해야 할 필요를 인정하면서도, 기여도가 상당한 한국에 과도한 증액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초당적인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녹취:그레이엄 의원] “It doesn't strike me as a good idea right…”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VOA에, 역내 갈등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의 요구는 "지금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며, 미국의 요구는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한 주한미군 감축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는 올해 국방수권법에서 주한미군 감축 하한선을 지난 회계연도의 2만 2000명 보다 더 많은, 현 수준인 2만8천500명으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이밖에 로 칸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진보코커스 소속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올해 법안과 결의안 상정, 서한 등을 통해 미-북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 경협 지지, 한국전 종전 선언을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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