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 북한의 주력 상품들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품목들이 수출 목록에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품목은 과거에 비해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제재 직전 기록한 20억 달러대의 수출액을 회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5년 최대 무역국인 중국에 6만5천 달러에 달하는 ‘종이(HS코드 48)’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이 제품에 대한 수출액은 2년 후인 2017년엔 약 59만7천 달러로 9배 가량 늘어났는데, 이듬해인 2018년엔 200만 달러를 넘어서며 3년 전보다 수출액이 약 3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주력 수출 상품이었던 석탄 등 광물과 수산물, 섬유 제품 등이 대북제재로 인해 수출액이 사실상 ‘0’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아닌 종이류는 수출이 늘어난 겁니다.
이처럼 국제사회 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비제재 품목에 대한 대중 수출액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VOA는 북한이 대북제재 이후 손목시계와 가발 등의 수출을 늘렸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무역센터(ITC)와 한국 무역협회 등의 ‘북-중 무역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제품뿐 아니라 종이와 장난감, 가죽류 제품, 신발, 광학기기, 주석 제품 등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 제품들은 모두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의 ‘신생 수출품’이 된 겁니다.
장난감의 경우, 2015년 47만 달러에서 2018년 513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2019년 수출액에선 716만 달러를 나타내며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신발은 21만 달러에서 3년 만에 484만 달러어치가 중국에 팔려 200배가 늘어났습니다.
또 핸드백 등이 포함된 가죽류 제품은 2015년 수출액 90만 달러에서 2018년 256만 달러로 높아졌습니다.
가죽류 제품은 10여년 전인 2009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1만 달러에 불과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손목시계와 가발을 포함한 북한의 신생 수출품목 8개의 2017년부터 2019년10월까지 대중 수출액은 약 2억6만 달러.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의 총액 1천711만 달러의 약 12배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급증한 이들 신생 수출품목들이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만드는 ‘주문생산방식(OEM)’ 제품일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손목시계 수출이 크게 늘어난 기간,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시계류 부품의 수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으로 판매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입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Wathches are not...”
손목시계는 수출입 제재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내 일반기업이나 국영기업 등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대체품을 마련해 제재 회피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제재 이전에 기록했던 20억 달러대의 수출액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북한의 대중 수출 총액은 1억5천100만 달러로, 200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재 이전인 2015년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약 16배 많은 24억8천394만 달러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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