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주요국 전직 고위관리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한 아시아 핵기획그룹 창설을 제안한 데 대해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정치적 제약 등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최근 미한일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리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회원국들이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과 핵전략을 논의할 목적으로 1966년 설립한 핵기획그룹과 유사한 아시아 핵기획그룹 창설을 바이든 행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VOA에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 때문에 미한, 미일 간 상호방위협정에 의거한 양자적 확장핵 억제력 공약에도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일본, 그리고 유사시 유엔군 한반도 증원병력으로 참전할 수 있는 호주를 포함시키는 핵기획그룹의 창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이 일본에 핵무기를 발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핵우산이 있으니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 없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동의합니다’ 라고 말할 것 같습니까?”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아시아 핵기획그룹 창설 제안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순수 방어용 목적이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놓고 당시 야당이었던 현 집권당의 강한 반대 기류가 있었다며, 그와 같은 정치적 제약이 존재하는 한 다자적 차원의 핵기획그룹 창설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
“저는 다자간 아시아 핵기획그룹이 정치적 제약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그 같은 계획에 참여하는 것을 꺼릴 것으로 봅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그것이 중국에 너무 도발적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인혼 특보는 그러면서 다자구도보다는 미국과 한국 양자적 측면에서 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개선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며, 유사시 핵 투사 결정에서 한국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 정부가 아시아 핵기획그룹 창설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먼저 동맹들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동맹들이 동의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동아시아 동맹국들 간 조용한 외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동맹에 의해 거부될 제안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또 북한을 포함해 훨씬 더 위협적인 핵전력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도 향후 아시아 핵기획그룹이 창설되면 당연히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