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 작가나, 획일성에 반기를 드는 디자이너의 꿈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요. 자신의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북한을 탈출하고 한국에 정착해 각각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젊은 밀레니얼 제트, MZ세대 새터민들이 작품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시영 기자가 그들을 만났습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이상훈)
10년가량 복무하며 20대를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북한 청년을 상징하는 군복이 검은 쇠창살 안에 갇혀 있습니다.
‘자유’를 의미하는 꽃을 가슴에 달아주며, 억압된 북한 젊은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합니다.
스무 살 되던 2010년 그 해, 북한을 탈출하고 한국에서 삶을 다시 시작한 새터민 다결 작가.
한국에 안착한 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다결 씨는 벨기에인 동료 마리와 함께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디자이너의 꿈은 곧 탈북의 이유였습니다.
다결 / 새터민 (탈북민) 작가
“북한에서는 아무리 잘 살아도 못 살아도 사실 관련해서 패션 디자이너라는 아마 그런 전공은 없는 것 같고. 디자이너가 되어도 힘들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패션에 제한이 많거든요.”
세밀한 연필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그려내고, 수척한 소년의 그림 옆에 ‘평양은 북한이 아니다’라고 망설임 없이 써내려 갑니다.
북한에서라면 처벌을 각오해야 하는 예술 활동들입니다.
2012년 한국에 온 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새터민 강춘혁 작가에게 북한에서 살던 시절 집집마다 둥지를 틀었던 제비는 그의 마음과 삶을 움직였던 운명같은 친구였습니다.
강춘혁 / 새터민(탈북민) 작가
“(제비는) 다 커 가지고 둥지를 떠나서 강남으로 가잖아요. 그런 것을 봤을 때 저희 인생과 비교해봤을 때 비슷한 맥락이랄까 저희도 차가운 사회에 살고 있다가 나중에 따뜻한 자유와 따뜻한 곳을 찾아 결국 남한 사회까지 오지 않았나.”
이들 새터민 작가들은, 다름에 대한 이해의 과정도 그 자체로 아름다움일 수 있으며, 이를 작품활동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다결 / 새터민(탈북민) 작가
“사회적 편견적으로 탈북민을 대하는 모습이 예쁜 모습은 아니지만 그것 또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런 시선이 있다는 건 고쳐질 수 있는 것이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강춘혁 / 새터민(탈북민) 작가
“저희가 이렇게 미술로 인해서 뭐든지 표현할 수 있고 또 음악 활동을 해서 뭐든지 아무 눈치도 안 보고 사회에 대한 정부에 대한 이런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는 데 있어서 그게 아무래도
예술을 하는 부분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유세계의 표현의 자유를 한국에 와 알게 된 젊은 새터민 작가들.
북한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한국을 상징하는 파란색, 그리고 이 둘을 섞어 이념을 무너뜨리는 화합의 보라색으로 사회의 차별 없기를 바랐습니다.
태어난 곳이나 저마다의 다른 생각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다는 새터민 작가들의 ‘각양각색’ 전시회는 11일부터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한국 서울 성수동 갤러리 페이스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