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은 북한 정찰총국이 미국 달러를 이용한 대규모 자금 세탁에 연루된 기업들을 관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의 위장 회사를 이용한 북한 당국의 다층적 자금 세탁 수법도 공개됐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연방검찰은 23일 공개한 소장에서, 북한 은행을 대신해 미국 달러를 이용한 대규모 자금 세탁의 배후로 북한의 대외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RGB)’을 지목했습니다.
연방 검찰이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총 4개의 익명 기업을 지목하고 이들이 불법으로 거래한 237만 달러($2,372,793)에 대한 자산 몰수를 요청했는데, 이중 핵심 기업 2곳이 정찰총국과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소장에 따르면, 연방 검찰이 회사 1, 2 라고 구분된 2개 기업의 불법 금융 행위에 관해 청구한 금액은 약 191만 달러 ($1,915,973)로, 전체 몰수 청구액의 80%가 넘습니다.
검찰은 회사 1, 2가 북한의 군부 하에 있는 정찰총국 관리의 지시와 지도에 의해 운영됐다고 밝혔습니다.
[미 연방검찰 소장] “A confidential reliable source (CS-1) revealed that Company 1 and Company 2 operated at the direction and guidance of an RGB officer. CS-1 further revealed this RGB officer exchanged invoices / contracts and made related payment requests to Company 1 and Company 2.”
북한의 첩보 기관인 정찰총국은 미국과 유엔 제재 대상입니다.
특히, 미 재무부는 이들이 불법 사이버 활동,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재래식 무기 거래 등 다양한 제재 위반 행위에 개입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 연방검찰은 23일, 신뢰할 수 있는 기밀 정보원이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정찰총국이 자금 세탁에 관여한 정황을 자세히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정찰총국 관리가 자금 세탁과 연관이 있는 청구서와 계약을 주고받았을 뿐 아니라 회사 1, 2에게 관련 대금 지불 요청을 했다고 밝힌 겁니다.
또 정찰총국 관리가 수백만 달러의 지불 대금을 추적하고 있었고, 특히 대금 전달 대상자 중에는 중국의 주요 정유 회사인 수니코 (Sunico)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 검찰은 정찰총국 관리가 회사 1, 2에게 사업 거래를 쉽게 할 ‘조작된 기록’을 만들 것이라고 통보했다는 점도 밝히며, “이런 관행은 흔히 미국 달러에 대한 국제 전신 송금을 위한 증빙 서류를 요구할 수도 있는 은행들을 속이기 위해 행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소장에서는 전 세계에 설립된 ‘위장 회사(front company)’를 이용한 북한 당국의 다층적 자금 세탁 수법도 공개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우선 지불 대금 거래에서 미국 달러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이후 ‘조선무역은행(FTB)’ 등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들이 해외 은행 지점 대표들과 협력해, 달러로 이뤄지는 대금을 처리하기 위해 ‘위장 회사’를 설립합니다. 이들 중에는 무역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위장 회사 소유주 등 관계자들은 북한의 위장 회사들이 미국 달러로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 소장에서 지목된 4개의 익명 기업은 제재 대상 북한 은행과 이들이 설립한 위장 회사의 중간 매개자로서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 은행들이 위장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 4개의 기업을 이용했고, 이들은 위장 회사 뿐 아니라 기존 미국 제재 대상 기관들에 대금을 지불하거나 역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자산 몰수 대상자로 지목된 회사 1은 북한 은행을 위해 2017년 5월 26일부터 6월 6일 까지 11일간 12 곳의 기관과 16차례의 금융 거래를 했습니다. 거래 금액은 미화 182만 7천 달러 이상에 달합니다.
특히 이 불법 거래에는 조선무역은행의 태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 쿠웨이트 등의 해외 사무소가 설립한 위장회사 혹은 관계자들이 개입했는데, 북한의 광범위한 불법 금융망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 1은 미 제재 대상인 싱가포르의 ‘벨머 매니지먼트사 (Velmur Management Pte. Ltd.)’와 거래를 했는데, 벨머 매니지먼트 사는 조선무역은행의 블라보스토크 사무소가 세운 위장 회사입니다.
미 연방 검찰이 소장에서 회사 2가 회사 1의 ‘위장 회사’라는 점을 명시한 점도 주목됩니다.
검찰은 회사 1의 마지막 대금이 미국 정부에 의해서 몰수 당한 시점으로부터 약 2개월 후 회사 2가 싱가포르에서 설립됐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2는 미국 제재를 회피해 설립된 또 다른 위장 회사로, 2018년 2월부터 4월까지 약 2개월간 불법 거래한 금액이 미화 8만 8천 달러가 넘습니다.
소장에서 회사 3, 4로 지칭된 기업들은 양자 간에 약 45만 6천 달러 이상의 불법 거래를 2017년 6월 한 차례 진행해, 중간 매개자들 사이에서도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회사 4의 경우에는 미 제재대상인 ‘단둥 즈청 금속회사 (Dandong Zhicheng Metallic Material Co)’의 대주주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335만 8천 달러 상당의 불법 자금을 주고 받았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닐 바티야 연구원은 24일 VOA에, 제 3국에 설립된 위장 회사와 중간 매개자를 이용한 자금 세탁은 제재를 회피해 자금의 출처와 최종 목적지를 숨기려는 북한 정부의 행동 양태과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제 3국의 사법 기관들과의 공조를 기반으로 가능했으며, 금융 기관에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바티야 연구원] “I think that is actually a good sign that there was the sort of international coordination to track down those money.”
바티야 연구원은 불법 자금을 추적하는 데 있어 국제적 공조가 있었다는 것은 ‘좋은 조짐’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미 법무부는2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국제 공조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