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종전선언을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했지만 사실상 제재 완화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며 실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분석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24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서 미국과 북한의 관점 차이가 여전히 큰 상태라면서, 북한이 종전선언 논란을 계기로 미국과 한국의 간극을 벌리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두 전문가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국전쟁에 대한 종전선언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제안이 처음은 아니었는데요?
김 연구원) “문 대통령의 연설은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해왔던 같은 주장들을 반복한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종전을 선언하면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외교에 박차를 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이번이 마지막이었고, 평화 선언을 밀어부치는 데 이를 사용했습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북한, 미국 등 3개국 혹은 중국이 포함된 4개국이 이번 노력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진행자) 실제로 문 대통령은 미국, 중국과 같은 관련국들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면서 이들 나라들이 함께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저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제안을 옹호하기 위한 정치적 압박과 탄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나라 이름을 지명하고 이들 나라들에게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죠. 그러나 저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제 머리 속에 ‘BTS’의 노래보다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 맴돈다는 생각입니다.”
진행자) 김 연구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연구원)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정책 우선순위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증진이었습니다. 그리고 5년 임기 동안 이 우선순위를 진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죠. 그러나 스나이더 국장님이 지적한 대로 불행한 현실은 오늘날 한반도는 5년 전보다 항구적 평화에 훨씬 더 가깝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전진할 것인지를 놓고 비핵화와 제재 완화와 같은 사안들에 대해 당사국들 사이에 많은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에 서명하는 것을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 의제로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탐색해 볼 수 있는 의제로 말이죠.”
진행자)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가능한 일이라고 하셨는데요. 왜 그렇게 보십니까?
김 연구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미국과 한국 또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 언제 제재 완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이죠. 이것들은 다루기 어려운 사안들입니다. 아마도 협상 테이블에서 끝을 봐야 할 사안들일 겁니다. 따라서 이런 까다로운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논리인 것이죠.”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엇갈린 신호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 외무성 부상이 종전선언을 거부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종전선언은 단순히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했죠. 그리고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여동생이죠. 김여정은 ‘좋은 발상’이라고 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스나이더 국장) “두 개의 다른 담화였고, 다른 두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무성 부상의 담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시각이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미북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추진할 가치가 없다는 시각이죠. 많은 미국인들은 그와 같은 변화 없이 이뤄지는 종전선언이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김여정의 담화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때 김여정의 목소리는 정상회담 맥락에서 미국과 북한 관계에 매우 초점이 맞춰졌었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통미봉남’ 전략의 일부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김여정의 어조와 초점은 북한이 과거 사용했던 ‘우리민족끼리’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두 전략은 실제로 미국과 한국이 틈을 벌리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진행자) 김 연구원님. 전체적으로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김 연구원) “북한이 이들 두 담화를 연달아 발표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외무성 부상의 첫 번째 성명은 북한이 종전선언 구상을 거부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후 나온 김여정의 담화는 어조를 조금 부드럽게 하면서 어쩌면 이 선언이 흥미있고 좋을 수 있다고 말했죠. 이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손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유지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에 대해 말이죠. 그러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북한이 당분간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김 연구원님. 왜 북한이 불과 몇 시간 차이로 두 개의 다른 담화를 발표했다고 보십니까? 북한이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 전술을 쓰는 건가요?
김 연구원) “어느 면에서는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들 담화들은 연속적으로 내도록 계획됐는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첫 담화가 나간 뒤에 북한에서 재평가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 가혹한 담화 이후 외교를 위해 최소한의 문을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발언 중 어느 것도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나온 게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북한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두 담화의 다른 어조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북한이 현재 시점에서 대화에 큰 가치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 김여정이 대화 시작을 위한 전제조건을 요구하는 것인가요?
스나이더 국장) “어느 정도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연구원님 의견에 동의하는데요. 이것은 실제로 말보다 행동에 대한 것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말이죠. 북한은 관여를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히 일부 제재 완화 없이 ‘전쟁이 끝났다’는 구상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국무부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나이더 국장님. 미국이 어떤 입장을 밝히고 있는 건가요?
스나이더 국장) “우선순위는 여전히 비핵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블링컨 국무장관의 한국, 일본 외교장관 회담 발표문 내용을 덧붙이고 싶은데요. 블링컨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종전선언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것이 미국의 관점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것은 ‘평화와 비핵화’ 접근법이라는 겁니다. 이건 ‘평화 우선’ 접근법이 아닙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 종전선언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을까요?
스나이더 국장) “저는 현재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에 앞서 미국의 적대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테이블로 돌아와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미국과 북한의 관점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더 많은 교착상태로 이어지게 할 것입니다. 새로 주목되는 것은 어쩌면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 방법으로 한국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우리는 김여정 담화 이후 남북 관계에 어느 정도 탄력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패트리샤 김 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김 연구원과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은 한국 시간 25일(토) 오후 9시 VOA 한국어 방송 웹과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