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면서도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에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4일 서울에서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공개 미-한 북 핵 수석 협의를 가졌습니다.
성 김 대표는 협의 직후 “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노 본부장과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여전히 돼 있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적대적인 의도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The launch violates multiful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poses a threat to the DPRK’s neighbors international community.”
성 김 대표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가 우려스럽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진전을 만드는 데 역효과를 낸다며,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북한의 이웃나라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 같은 도발과 다른 불안정한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참여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성 김 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제안에서 시작한 종전선언 협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가진 미-한 북 핵 수석 협의 직후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한 발언과 비교하면 '모색'과 '협력'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점이 주목됩니다.
하지만 종전선언의 방향이나 내용 등 구체적인 사항들이 아직 드러난 게 없어 선결조건을 요구하는 북한의 강경한 태도와 미국 내 부정적 여론 등 관련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운 환경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종전선언이 미국 입장에선 정전체제, 주한미군, 유엔사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 같고요. 한국 정부도 역시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입구를 열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러나 전반적 분위기는 지금 미국 내에서 여건이 좋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미국 내 여론을 설득하고 북 핵 문제 돌파구가 뚜렷하게 마련되는 그런 방식의 종전선언을 위해서 한-미가 계속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봐야겠죠.”
성 김 대표가 발언의 상당 부분을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에 할애해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조건없는 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함으로써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입장엔 변화가 없다는 게 재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종전선언 제안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이지만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북한의 대미 선결조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동시에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이중기준 문제는 수용할 수 없다, 제재 유지라든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 미국이 조건을 수용하거나 하지 않는다, 조건 없는 대화 복귀를 북한이 해야 하는 것이고, 기본적 입장엔 변화가 없는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 신중하지만 미국은 이를 도발로 보는 입장이 분명하다며, 이중기준 철회를 내세워 자신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현 단계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한국 측 제안을 경청하는 단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입구로서 종전선언만을 별도 의제로 다루는 데에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성 김 대표가 종전선언만을 특정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하겠다고 한 발언도 한국의 제안을 존중하지만 입장차가 있을 수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동맹국이 그렇게 요청하고 또 중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토를 안 할 순 없고 그리고 미국도 종전선언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저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얘기는 일정 시점에서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고 일정 시점에서 종전선언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있는 것 같아요. 다만 한국 정부가 주창하는 것처럼 비핵화 입구에 두지는 않겠다는 것이 제가 이해하는 미국의 정책이고요.”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자위권 차원이라며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고 핵 활동도 재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논의가 현실적이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관여 방안으로 미국과 한국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대북 인도적 협력입니다.
성 김 대표는 이번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참석 차 유럽 순방길에 올라 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할 예정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25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이종주 대변인] “이번 교황청 방문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정부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 구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논의가 진전될 경우 방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교황의 건강 상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등 방북이 성사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교황이 방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북한도 대북 제재의 비인도성이나 자위력 강화의 정당성 등 자신들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선전하는 계기로 교황 방북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