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기간 북한 당국이 시장활동을 제도화하면서 당-국가의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정치경제 모델을 적극 추구해왔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이 발행하는 학술지 ‘아시안 서베이’에 실릴 예정인 논문의 핵심 내용인데요, 시나 그라이튼스 텍사스 주립 오스틴대학 교수와 벤자민 실버스타인 스팀슨센터 연구원이 공동 저술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실버스타인 연구원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실버스타인 연구원님. 김정은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당국이 시장활동을 제도화하고 당-국가(party-state)의 정치적 통제를 강화해왔다고 평가하셨습니다. 발표 예정인 논문에서 이를 ‘시장레닌주의’ 혹은 ‘당-국가 자본주의’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어떤 개념입니까?
실버스타인 연구원) “It signifies a system where you combine very strong social control and dictatorship with limited economic freedom. For a long time, many people have argued that these two things were opposed to one another that you couldn’t have a market economy with ruthless, harsh government oppression. But I think countries like China have shown that that’s entirely possible, and I think that’s also the way N Korea wants to go.”
"매우 엄격한 사회통제, 독재주의와 제한적인 경제적 자유가 결합된 것입니다. 무자비하고 가혹한 정부 탄압과 시장경제는 양립할 수 없다고 사람들은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나라는 두 개념이 양립하는 것이 전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죠. 저는 북한도 그런 길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반적으로 북한 당국의 지금까지 경제정책에 대해 ‘시장화’와 ‘통제 강화’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를 하곤 했습니다. 논문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요. ‘제3의 길’ 즉,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하셨죠?
실버스타인 연구원) “So I think any type of binary thinking is problematic. The problem here is that you risk missing out on the nuances and what’s really going on. The problem with a scenario of liberalization is that many people would assume that because private economic activity is increasingly allowed that you’d automatically see politics being liberalized and sort of social control letting up. But as we demonstrate in this article, in N Korea, we’ve actually seen sort of these two processes happening in parallel depending on how you evaluate the past couple of years of economic activities and the crackdown on the private economy.”
"양분법적인 사고의 경우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묘한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자유화’ 각본의 경우 사경제 활동이 보다 허용되면 정치자유화도 일어나 사회통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논문에서 제시하는 것은 시장화와 사회통제가 동시에 병렬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북한의 경제 추이와, 사경제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분석은 달라질 수 있겠죠."
기자) 논문이 제시하는 ‘시장레닌주의’의 큰 축은 시장의 제도화입니다. 어떤 점에 주목하십니까?
실버스타인 연구원) “It could be very complicated and big question obviously, but in short, it’s a trend that we’ve seen from the early 2000s that’s sort of the economic reforms by Kim Jong Il in 2001, where the state more or less adjusted its prices set by the state to market levels and permitted some degree of private economic activity. At that time, it was to a large extent a recognition of what was already happening... but over the years, it’s really become quite different from that. The sort of physical Jangmadang structure tends to be built by the government…”
"물론 매우 복잡하고 큰 질문일 수 있습니다. 핵심만 말하자면, 2000년대 초 김정일 시대에는 국영 가격을 시장 수준으로 조정했고, 일부 사경제 활동을 허용했습니다. 이미 주민들이 진행하고 있던 무역과 시장 활동을 정부가 인정하고 합법화하는 작업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시장 관련 조치들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장마당 건물 자체를 정부가 지어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부가 시장을 조성하고 규제, 지도했고 정식으로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북한 내 시장제도화의 가장 뚜렷한 예입니다. 정부가 시장의 동력 내지는 시장화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된 것이죠."
기자) 논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정은 집권 직후 도입한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과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는 농장과 기업소의 재량권을 더 많이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8차 당대회 이후 ‘국가의 통일적 지도’, ‘중앙집권적’, ‘내각중심적’ 방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실버스타인 연구원) “Especially after the 8th party Congress, the way that the government now talks about control both over the economy and over society more generally is, there’s a much stronger emphasis on the authoritarian side, on the state side of the equation. But on the other hand, if you look back in a more detailed manner at what Kim Jong Un had actually done from his earliest days in power, he’s always combined with giving more autonomy to economic actors with cracking down on things like foreign culture.”
"그렇습니다. 특히 8차 당 대회 이후 북한 당국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더욱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권위주의적인 부분, 국가를 훨씬 더 강조하고 있죠. 그런데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경제 주체에게 자율권을 더 주면서도 주민들의 옷차림 등 행동을 더 통제하고, ‘미국의 소리’ 방송 청취와 같은 외부 문화 소비를 강력히 규제했습니다. 국가 통제가 8차 당 대회 이후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지만, 항상 있어 왔습니다."
기자) 북한이 특히 최근 정치.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시장 등 경제통제와는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실버스타인 연구원) “Both the economic and the political pillar of the Market-Leninism in this case, are about the government increasing its capacity to administer, to make policies, and guide the economy even though it isn’t a fully centrally planned Stalinist economy. But within that lies the capacity to regulate things. And that also goes for things that are more political, like foreign culture. The N Korean government does not want to have a situation where it can’t control what is happening within its economic system and what kind of culture people are consuming. That kind of loss of control is a potential threat.”
"‘시장레닌주의’의 경제적, 정치적 축을 살펴볼 때 모두 정부가 정책 입안 권한을 강화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북한은 완전한 중앙계획적인 스탈린 경제가 아니지만,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죠. 외국 문물과 같은 정치적인 부분도 통제합니다. 북한 당국은 자국의 경제체제나 문화 방면에서 통제를 잃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통제를 잃는 것은 잠재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시장 단속을 강화했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이런 추세도 ‘시장레닌주의’와 부합합니까?
실버스타인 연구원) “Yes, I think it fits very well in where the overall trend under Kim Jung Un and with the idea of Market Leninism. Because what we see in N Korea is not necessarily a crackdown against the entire market economy as such. This is debatable, but I don’t think that there’s any real evidence that the state is trying to abolish the market or that the state is trying to bring everything back into fully centralized planning. What they’re cracking down on is mostly markets that they can’t control, like grasshopper markets, the sort of markets that operate outside of the government structure.”
"예. 매우 잘 맞습니다. 왜냐면 북한 정부가 시장경제 전체를 단속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시장을 폐지한다거나 완전한 중앙계획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토론의 여지는 있겠지요. 북한이 단속하는 것은 주로 ‘메뚜기 시장’과 같이 정부 조직 바깥에 있는 시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일부 개사업가들에 대한 단속도 있고, 개인 기업소들을 국영기업소로 흡수하려는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올해 시장 단속은 시장세력을 당국의 통제 안으로 끌어 오려는 노력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의 경제 조치들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하셨죠?
실버스타인 연구원) “So the way government policy is implemented in practice on the ground is often very different from what it openly and outwardly states that it wants to do. We also know quite little about the extent of certain policy implementation in N Korea…”
"지난해 북한 국채 발행 소식이 있었지만 실행되지 않았던 것처럼, 북한의 발표와 실제 실행되는 조치는 매우 다른 경우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북한 정부의 정책이 어떤 지역에서 얼마나 이행되는지 알지 못하죠. 따라서 북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직선’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큰 틀의 흐름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 경제를 ‘시장레닌주의’의 틀에서 분석하셨는데요. 이 추세가 오래 갈까요?
실버스타인 연구원) “I’m pretty convinced that this is the policy direction that Market Leninism is sort of a policy direction that the N Korean government will hold onto for some time because it fits very well with the N Korean regime’s interests. Up to two decades and arguably three decades of a pretty vibrant market economy in the country and see that the markets themselves don’t necessarily pose a political threat.”
"북한 정부가 시장레닌주의의 정책 방향을 꽤 오랜 기간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정권의 이익에 잘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20년에서 길게 보면 30년 간 북한에서 활발한 시장활동이 있었는데, 북한 당국에 정치적 위협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를 장기적인 모델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평양의 계획가들이 시장레닌주의에 대한 책을 보고 인위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의 이익과 현재 북한사회 내에서 움직이는 방향에 합치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아웃트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하의 북한의 정치경제 모델을 분석한 벤자민 실버스타인 스팀슨센터 연구원으로부터 자세한 얘기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