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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한 종전선언 문안 진전"… 전문가들 "합의 돼도 북한 대화 견인 쉽지 않아"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종전선언을 놓고 미-한 간 문안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듯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종전선언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한 간 문안 조율이 마무리되더라도 이를 계기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일 외교차관 협의차 지난 14일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은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미-한 간 이견이 없다”며 “지금 연말 국면이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최 차관은 이처럼 미-한 간 종전선언 문제 조율이 원활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반응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앞서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전선언의 형식, 내용에 관해 미국 측과 최근 아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미-한 간에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 장관은 그러나 종전선언의 최종 성사 여부에 대해선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종전선언이 미-한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태도는 한국 정부보다 더 신중한 양상입니다.

미 국무부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최종건 1차관이 16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양측이“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지만 종전선언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한 간 문안 조율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노골적인 핵무기 고도화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화 틀 마련에 미-한 두 나라가 기본적인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양국은 문안의 최종 조율과 함께 북한에 이를 전달하는 시점과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 수준의 종전선언 문안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면서, 다만 미-한 간 문안 합의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문안이 완성되더라도 북한에 이를 사전에 전달하기 보다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게 먼저라는 게 미국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미가 협의를 하는 것은 맞고 문안까지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현재 상태에서 북한에 전달해 주고 북한이 검토해서 나와라 그것은 아니고요, 문안을 만들고 다 준비했지만 그것을 보려면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게 일단 미국의 입장입니다.”

박 교수는 종전선언 문안을 사전에 전달할 경우 북한과의 논의가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북한이 우선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할 경우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더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종전선언 문안 전달과 대화 재개 사이의 선후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소통은 상황 진전을 봐 가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미-한 간 종전선언 문안 합의보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어떻게 견인하느냐가 훨씬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종전선언 문안이 완성돼도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는 그동안의 요구를 접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비핵화 협상의 앞에 종전선언을 놓을 것이냐 비핵화 협상과 함께 놓을 것이냐의 문제, 그리고 조건에 관한 문제 즉,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폐와 관련해서 제재 완화나 이런 부분을 북한에 먼저 제공할 것이냐 이런 부분과 관련해선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과연 그런 변화 없이 북한을 종전선언으로 견인해낼 수 있는가가 더 어려운 문제인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한 간 종전선언 문안 합의는 첫 관문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종전선언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 조차 북한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최종 성사를 낙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한-미 간에 문안을 조율하는 단계라는 얘기는 한-미 간에 합의하는 거지 북한이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거거든요. 이건 최종단계는 아닌 거죠. 그러니까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하고 실무 태스크 포스가 구성돼서 실무접촉을 통해서 문안을 조율하는 게 최종단계이지 한-미 간은 훨씬 이전 단계를 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종전선언에 대해서 긴밀하게 논의하는 것은 맞지만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봐야 됩니다.”

한편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17일 부산에서 열린 한 국제심포지엄 축사를 통해 “종전선언은 남-북-미 대화의 촉매제이자 북한에도 안전보장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 장관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완성은 많은 시간과 절차를 거치게 되겠지만 종전선언은 이 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입구이자 의미 있는 이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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