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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중, 22개월 만에 철도 운행?


지난 2010년 4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향하는 열차.
지난 2010년 4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향하는 열차.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이 곧 봉쇄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철도 운행 재개 동향이 포착되고 있는데요. 지난 22개월간 계속된 북-중 국경 봉쇄를 둘러싼 우여곡절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는 지난해 1월 30일 시작됐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자 북한은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를 비롯해 10여 개의 북-중 출입로를 전격 차단했습니다.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북-중을 오가는 항공편과 철도 운행도 전면 중단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로 북-중 물류 흐름이 차단된 것은 물론 외교관과 외화벌이 일꾼, 그리고 주민들의 입출국이 중단됐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에서 외부로 나간 사람은 있지만 북한으로 들어간 사람은 없습니다.

철저한 국경 봉쇄로 리진쥔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6년 8개월째 북한에 근무하는 최장수 대사가 됐습니다. 리 대사의 후임으로 왕야쥔 전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이 내정됐지만 북한에 입국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사정은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에는 3명의 대사가 있습니다. 지재룡 전 대사는 지난 2월 후임인 리룡남 대사가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북한대사관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 김정남 암살 문제로 올 3월 추방 당한 김유성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리대사도 베이징대사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20년 10월에는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해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국경 봉쇄 사태는 지난해 1월부터 올 11월까지 22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경 봉쇄가 2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온갖 추측과 보도가 나돌았습니다.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올 2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중, 북-러 국경에 대형 소독장 건설이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독장이 완성될 경우 “국경 일부가 개방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언론은 지난 3월 중국에 있는 ‘고려여행사(Kryo Tour)와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같은 북한 전문 여행사들이 올 여름을 겨냥해 여행상품을 내놨다며, 국경 재개방의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본 `NHK' 방송은 4월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역에서북한으로 향하는 화물열차를 목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단둥역에 정차해 있는 화물열차에‘서포-단둥’이라고 써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서포역은 평양으로 들어가는 국제화물만 취급하는 화물열차 전용역으로 알려졌습니다.

`NHK'는 이 것이 북-중 무역 재개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었습니다.

그러나 국경 봉쇄가 풀릴 것이라는 이런저런 관측과 보도는 모두 빗나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에도 국경 봉쇄와 관련된 정보를 주지 않아 많은 소문이 나돌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평양에 있는 대사관이라고 해도 특정한 정보를 통보받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자체 정보망 또 북한 직원을 통해 듣는 정도죠.”

최근에는 북-중 국경 봉쇄가 11월에 풀릴 것이라는 보다 신빙성 있는 언급과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과 중국이 코로나 사태로 끊겼던 북-중 열차 운행 재개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입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국정원은 단둥-신의주 열차 운행이 11월에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4일 북-중 간 "철도를 통한 물자 교역을 준비하는 동향이 최근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한국의 정부 기관이 북-중 국경 개방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 fact that North Korea trying to open border is make a sense…”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에서 국경 개방을 놓고 토론과 의견 수렴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코로나 백신을 확보 못한 상황에서 국경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다시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조한범 박사] ”찬반 양론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게, 지금 코로나 방역은 더 강화되고 있거든요, 어로, 염전은 모두 중단된 상태구요, 압록강 두만강에서 빨래, 세수만 해도 벌금을 물게 돼 있습니다. “

주목할 점은 국경 개방이 단순히 북-중 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과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려 했지만 국경 봉쇄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국경을 열고 백신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을 받을 경우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 구축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umanitarian aids, vaccine things are good confidence builder…”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예상되는 선택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국경 봉쇄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한국,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전망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President Moon just having a few months left,good time to talk...”

반면 켄 고스 국장은 제재 완화가 보장되지 않는 한 북한은 미-북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스 국장은 전통적인 정치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그런 양보를 하기는 대단히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 ”US President Biden is very conventional president and pay high price…”

북한은 지난 22개월간 철저한 국경 봉쇄 조치로 인해 상당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인 북-중 물류 흐름이 차단됐습니다. 그 결과 2019년도에 25억 달러 규모였던 북-중 무역은 2020년에는 5억 3천만 달러로 무려 80.7%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국경이 갑자기 차단되면서 밀가루, 설탕, 조미료, 식용유같은 생활필수품 가격이 4배나 올랐습니다.

또 원부자재가 수입되지 않아 많은 공장과 기업소가 돌아가지 않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경 재개방이 조만간 이뤄질지, 그리고 이 것이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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