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국립묘지에 묻혀 있던 신원 미상의 한국전 전사자들이 70년 만에 이름을 되찾고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 감식기법을 적용한 미 국방 당국의 신원 확인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인데요.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시시피주의 트렌트 켈리 공화당 하원의원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뒤 70년 만에 신원이 확인된 지미 롤랜드 일병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 10일 하원 본회의장 연단에 섰습니다.
켈리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실종 선언된 지 거의 70년 만에 롤랜드 일병의 생애를 기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수천 명의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시시피의 한 용사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지역사회의 예우를 받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시시피주 볼드윈 출신의 롤랜드 일병은 19살의 나이에 육군 소속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1950년 7월 남측의 대전 북쪽 금강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부상 당한 뒤 실종 보고됐습니다.
이후 롤랜드 일병의 유해는 전투 지점 인근에서 발견됐지만, 복원 불가 판정을 받고 다른 미군 유해들과 함께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국립묘지인 ‘펀치볼’에 약 70년 동안 묻혀 있다가 최근 들어서야 신원이 확인돼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소속 법인류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신원 미상으로 ‘펀치볼’에 묻혀 있는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들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2019년 3월 4일 롤랜드 일병의 유해는 묘지에서 발굴돼 하와이 ‘펄 하버-히캄’ 공군기지에 있는 DPAA 연구소로 옮겨졌습니다. 과학자들은 정황 증거는 물론 치아와 인류학적 분석을 통해 롤랜드 일병 유해의 신원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롤랜드 일병처럼 한국전에서 전사한 뒤 감식 불가 판정을 받고 오랜 시간 펀치볼 묘지에 묻혀있던 미군 유해의 신원이 최근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에는 19살에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끌려간 뒤 수용소에서 폐렴으로 숨진 R.B. 체리 육군 일병의 신원 확인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체리 일병의 유해는 1954년 북한이 넘긴 유해 4천200구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자 1956년 1월 16일 유해 복원 불가 판정을 받았었습니다.
펀치볼 묘지에 묻힌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자의 유해는 총 848구로 추산되며,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미군은 200여 명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