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유엔 인권이사회 제출 보고서 자료 수집차 한국을 방문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17일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과 납북자 가족 단체 등을 만났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하면서 유엔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7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대표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 씨의 형 이래진 씨, 또 1969년 북한에 납치된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탑승객의 아들인 황인철 KAL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를 만났습니다.
최성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엔이 북한에 납치돼 평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납북자 21명에 대한 생사 확인을 북한 당국에 요청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만남 후 최 대표는 VOA에 유엔 측이 그동안 사실관계를 검증한 것으로 안다면서 평양 시민 명부 등을 근거로 유엔에서 북한 측에 처음으로 생사 확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 2011년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210만 평양시민의 신상 자료와 자신들이 확보한 전후 납북자 505명의 신상 자료를 대조·분석한 결과 납북자 21명의 평양 거주를 확인했습니다.
또 서해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 촉구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남북한과 유엔이 참여하는 공동 진상조사를 통해 동생이 피살된 경위를 규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특히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북한 만행 규탄과 사건 책임자 처벌, 한국 정부의 정보 공개 촉구 등 6개 항이 담긴 탄원서를 퀸타나 보고관에 전달했습니다.
이래진 / 북한군 총격 사망 공무원 유가족
“유엔 사무총장께서 국제사회가 공조를 해서 북한의 어떤 만행,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을 공히 조사와 진상을 밝혀 달라, 이렇게 내용을 적어서 보낸 거예요.”
황인철 KAL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도 피랍된 아버지의 송환을 촉구해달라고 호소하고, 퀸타나 보고관 임기 종료 뒤 후임자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앞서 지난 2020년 2월 아직 귀환하지 못한 KAL기 납북자 11명의 송환을 요구했고, 이어 같은 해 5월에도 유엔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황 씨의 아버지가 자의적 구금상태라고 판단해 석방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황인철 / KAL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
“올 7월이면 특별보고관님이 임기를 마치게 되는데 임기를 마치기 전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사회나 북한을 상대로 원칙과 절차에 따라서 저희 아버지의 석방을 요구해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납북피해자 가족과의 면담에 이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 실태 등을 논의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국제 공조 등을 주제로 한국 국회의원들과 협의를 할 예정입니다. 이어 19일에는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으로는 처음으로 남북 접경 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소재 옛 노동당사와 철원 평화 전망대 등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