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천명한 차기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현 정부와 달리 북한인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은 남북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북한인권 관련 공약들을 제시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인권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그 일환으로 북한인권재단 조기 출범 등 이미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016년 3월 한국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 제정 1년 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금까지 제대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에 규정된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재단 이사진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출범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이사진 12명 중 여야가 각각 5명,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추천해야 하는데, 여당 몫의 5명과 통일부 장관 몫 2명 등 총 7명의 이사진이 추천되지 않은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남북 대화와 협력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차기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인권 문제는 인류보편 가치이긴 하지만 북한 독재정권으로선 이게 아킬레스건이거든요. 남북대화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는 인권 문제 관여에 대해서 상당히 조심스런 접근을 했거든요. 윤석열 정부는 아무래도 보수 정부고요, 대북전단금지법도 반대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인권개선 그 다음에 정보의 자유 이런 부분에선 좀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접근하겠다, 이런 입장을 처음부터 견지했고요.”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북한인권 활동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신력을 부여하는 효과와 함께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북한인권 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재단 조기 출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에서 북한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지 의원은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북한인권 단체들과 활동가들의 숙원 과제라며 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새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의원] “북한 주민들이 인권 문제가 대한민국의 문제이고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돼 있는 북한 주민들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NED(민주주의진흥재단)나 국제 이런 단체들로부터 예산을 받아서 활동하는 이런 현실도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기도 한 겁니다. 국제사회의 흐름에 어느 만큼 따라가는가 하는 것도 문제인데 그런 부분에선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요.”
북한인권법에는 또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위해 외교부에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두도록 돼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초대 이정훈 대사가 2017년 9월 임기를 만료한 이후 지금까지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 의원은 유엔은 물론 미국도 이와 비슷한 직위가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이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다며 북한인권 문제는 보편 가치로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새 대통령이 인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지성호 의원] “북한인권대사가 전담해서 전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과 함께 북한 주민들의 고통, 실상 등을 유엔에서 알린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유엔에선 크고 작은 인권회의들이 많이 열리고 있고 이런 부분에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이와 함께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동참하고 국내외 연대활동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대화 등을 고려해 2019년부터 결의안 채택만 참여하고 공동제안국엔 불참해 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윤석열 당선인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하다며 강력한 대북 억제를 유지하면서 인권 문제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목표에도 북한인권 개선과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윤 당선인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공식적이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게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 인식을 받아들이게 하는 주요 압박 수단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은 대체로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한 권력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인권 문제를 남북관계의 장애물로 취급하고 외면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대표] “향후 남북관계를 생각해서 그런 모습들이 많거든요. 이런 것을 이번 정부에서 바로잡고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NGO는 NGO대로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할 수 있는 이런 상태가 된다면 당연히 대북 인도 지원이나 인권이나 정보 관련 활동이나 방송이나 이런 데에 지원이 돼야 되는 거죠.”
윤석열 당선인 공약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지난 2019년 국민의힘의 거센 반대 속에서 국회를 통과, 발효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문제 제기도 거세질 전망입니다.
법 개정 당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 2020년 북한인권단체들이 헌법 소원을 제기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도 국회 다수당이 야당이기 때문에 대북전단금지법을 다시 손 볼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게 1년이 넘은 상태인데 이제 새로운 정부로 바뀌는 분위기에서 이 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오게 되고 하위 법들이 바뀌는 게 법치국가에 부합하는 그런 수순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또 그동안 남북한 사이에서 이뤄진 인도주의 협상의 초점은 이산가족 문제에 국한됐었다며 새 정부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을 협상의 우선순위에 두고 대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