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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도발로 한반도에서 '미한일 대 북중러' 대립 격화될 것"


북한이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한반도에서 미-한-일과 북-중-러 간 신 냉전적 대결 구도가 분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행보를 중국과 러시아가 방조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물론 과거사 갈등을 빚어 온 일본과도 군사협력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상근 한반도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ICBM 발사와 동북아 국제질서 진영화의 위험’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시험발사하며 국제사회의 ‘레드라인’ 즉 금지선을 넘는 도발을 감행한 데는 ‘미-한-일 대 북-중-러’ 구도 형성을 통한 동북아시아의 진영화 격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러 간 갈등 격화라는 특수한 국면에서 북한이 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로 미-한-일 결속을 강화시키고 이에 따라 북-중-러 결속도 강화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실장은 “북한이 근래 국제정세 변화로 ICBM 발사에 따른 각종 부담을 짊어질 만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냉전시대와 같이 러시아, 중국과 협력이 강화돼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확보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실장은 ‘주권’을 강조하는 북한이 설득력 있는 명분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하고 미-중 갈등 사안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것 또한 전형적인 진영논리에 입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ICBM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 채택에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습니다.

특히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와 관련해 “북한은 약속을 지켰지만, 미국은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대북 추가 제재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북한의 목표는 핵 보유국 지위 확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은 당연히 이 구도를 통해서 자신들이 결국 완벽한 핵 보유국이 되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라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확실히 자신의 편을 들 때 사실상 핵 보유국의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

박 교수는 중국의 경우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확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핵실험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해 온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이번엔 미국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며,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협력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행동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북한 편들기가 필요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러시아가 갖고 있는 도덕적 위상이 떨어지더라도 국제 기구 내에서 러시아가 갖고 있는 지분이라든가 일반적인 발언권,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갖는 권한 이것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ICBM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미-한-일 세 나라가 북한 위협의 심각성을 공유하면서 하나로 뭉치는 계기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의 경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의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기존 외교전략에 머물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압박에도 미국, 일본과의 미사일 방어망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 책임론도 있다고 봅니다. 완벽하게 북한 편을 들고 있는데 한국이 어떻게 중국과의 관계를 예전같이 북한 핵이 고도화된 상태에서 같이 갈 수 있겠습니까. 중국이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북한 핵 문제라는 게 한국이 미국 쪽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촉진요인이 되겠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도 사안에 따라 미국과 이견을 드러냈던 한국의 대미 공조 강화는 물론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이 여전한 일본과의 군사협력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ICBM, 핵실험이 계속 나오면 아마도 이런 역사 문제로 인해서 한-일 관계가 지금 소원해진 상태에서 재차 한-미-일을 묶을 수 있는 그런 이슈가 터지는 것이고 이는 지소미아에 기반한 한-일 간 정보공유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는 5월10일 취임하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서울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이 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한-미-일 3국 간 더욱 긴밀한 공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당선인은 한-일 관계에 대해 “양국은 안보와 경제 번영 등 여러 협력 과제를 공유한 동반자로, 최근 양국 관계의 경색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뿌리깊은 갈등과 불신으로 양국관계가 군사협력으로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고 있는 일본의 보수화 흐름이 한-일 간 쟁점을 풀어가는데 부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우크라이나와 북한 문제로 일본이 점차 보수화하고 있거든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평화헌법 개정 이런 것들 때문에. 일본이 보수화한다는 얘기는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교과서 문제, 영토 문제 이런 것에서 일본 입장이 더 강화된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안보협력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에서의 쟁점들은 더 격화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한편 윤석열 당선인은 다음달 초 미국에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외교에 시동을 겁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27일 “윤 당선인이 신정부 출범 전 미국 측과 주요 현안에 관한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협의를 갖기 위해 ‘한미정책협의 대표단’ 파견을 결정했다”며 “대표단은 미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 등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양국 동맹과 북한 문제, 동아시아와 글로벌 현안, 경제안보 문제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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