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괄 담당할 지휘관으로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남부군관구 사령관을 임명했다고 미 국방 당국자가 10일 밝혔습니다.
그동안 모스크바에서 원격 지휘를 해오던 우크라이나 전쟁 관리에 큰 변화로 평가됩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지금까지 여러 지휘계통에서 분산된 명령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 이후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이 단일 지휘관으로서 통솔하게 됐습니다.
만 60세인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은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행위를 지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 2015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파병하면서 초대 사령관을 맡았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아사드 정부를 위해 공군력을 제공했고, 막대한 민간인 희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드보르니코프 사령관 지휘를 받은 러시아군은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를 포위해 인구 밀집 지역에 폭격을 가했습니다. 병원을 조준 사격한 일도 있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은 시리아 정부군의 약세이던 전황을 단번에 반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러시아 연방 영웅' 칭호를 얻었습니다.
이런 과거 행위로 볼 때,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이 우크라이나에서도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작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와 이르핀 등지에서 러시아군이 빠져나간 뒤 대규모 민간인 시신이 발견돼 '집단 학살' 의혹이 불거진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동부 도네츠크 주 크라마토르스크의 철도역에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해,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의 포위 고립작전으로, 현지 주민들이 물과 식료품 공급 없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현지 당국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 미국 정부, 새 인사조치 비난
미국 정부는 러시아 당국의 드보르니코프 총괄 지휘관 임명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지금까지 봐오던 행위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러시아군 인사 조치를 평가하고 "예측해온 바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이 "시리아에서 발생한 잔학 행위에 책임있는 인물"이라고 사키 대변인은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 지원을 지속해, 전장에서 성공적으로 대응하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백악관, 무기 지원 지속 확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10일) CNN 주간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언(State of the Union)'에 출연해 "(새 총괄 지휘관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또 다른 범죄와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설리번 보과관은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이 "시리아 전역에서 민간인에 대한 야만 행위를 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더 많은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수도권과 북부 일대에서 퇴각한 러시아가 새로운 총괄사령관 임명 이후에도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말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들(러시아군)이 거의 저항없이 수도를 정복하고 다른 주요 도시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전쟁 첫 몇주간 배운 것은 우크라이나가 결코 러시아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가 이같은 과정을 통해 "전략적 실패를 겪었다"며 "그 어떤 장군이 임명되더라도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략적 실패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무기 지원 계획을 확인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A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디스위크(This Week)'와 NBC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에도 잇따라 출연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 밖에 "많은 다른 나라의 무기 제공을 조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매일 미국과 여러 나라로부터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의 침공 이래, 미국 단독으로만 지금까지 17억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전 무렵부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에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대공 미사일, '스위치 블레이드' 자폭 공격용 드론, 그리고 탄약과 방호복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얼마전 미 상원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신속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 무기대여법안(Ukraine Democracy Defense Lend-Lease Act of 2022)'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바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세가 예상되는 동부 지역에서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중화기와 장비를 제공해 달라고 서방 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직접 방문해, 장갑차와 대공 미사일 등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 러시아군, 전력 재정비
미 국방부 당국자는 최근 전황에 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는)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침공 전에 비해 85%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10일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괄 지휘관을 새로 임명하는 등 지휘부를 정비하는 동시에 "병력 증강을 위해 6만 명 이상의 예비군을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 1단계 종료를 선언한 뒤, 수도 크이우 일대를 포함한 북부에서 병력을 철수했습니다.
이후 도네츠크와 루한시크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며, 동부와 남부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 추가 투입할 전력을 접경 지대에서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군 TV에 나온 영상을 보면, 앞서 크이우 일대에서 철수한 병력을 비롯해 새로운 기갑·포병부대가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인근에 속속 집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8일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장갑차와 대포 등을 실은 러시아군 화물차가 우크라이나 동부 벨리키 부를루크를 지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러시아군은 조만간 이같은 전력으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공세를 강화해,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루한시크를 잇는 육상 연결로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당국은 동부와 남부 일대 주민들에게 신속 대피령을 공표한 상황입니다.
■ 동부 지형상 우크라이나군 쉽지 않은 전투
돈바스는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시크주를 포함하는 분지 지역으로, 도네츠강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미 육군 정보 당국 관계자는 돈바스 지형상 전차와 포병, 전투기를 포함한 전략 무기들이 대거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물량공세를 퍼부을 가능성이 높다고 10일 VOA에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