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오스트리아 총리, 푸틴 만나 전쟁 종료 설득...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살릴 군사 장비 대한민국에 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11일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11일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네함머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 근교 대통령 관저에서 회담 후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매우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어려웠다"고 밝히고, "전쟁에는 모두 패자만이 있기 때문에 이(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네함머 총리는 또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부차와 다른 지역들에서 발생한 '심각한 전쟁범죄' 연루자들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사람들이 죽어가는 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유지되고 더욱 혹독해질 것이라는 점도 (푸틴 대통령에게)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반응은 알려져지 않았습니다.

타스 통신을 비롯한 러시아 매체들도 네함머 총리의 발언만 보도하고, 푸틴 대통령의 입장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럽 언론은 이날 회담이 약 75분 만에 끝났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진행한 정상 회담 가운데 이례적으로 짧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네함머 총리는 이번 모스크바 일정이 "우호적인 방문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 향후 전망 "매우 비관적"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연합(EU) 정상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됐습니다.

네함머 총리는 회담 후 모스크바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따로 열어, "나에게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고 묻는다면 매우 비관적이라고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관적으로 보는 근거로 첫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의 논리에 매우 몰입해 있었다"고 네함머 총리는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둘째,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말했습니다.

네함머 총리는 이날 회담 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했다면서, 러시아의 침략행위에 유럽이 얼마나 분노하는지 직접 전하기 위해 이런 회담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EU의 27개 회원국 중 하나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다만 군사적으로는 중립국이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네함머 총리는 이번 모스크바 방문에 앞서,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습니다.

카를 네함머(왼쪽) 오스트리아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일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카를 네함머(왼쪽) 오스트리아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일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 젤렌스키, 한국에 무기 지원 요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한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통해 무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한국 여의도에 있는 국회도서관 대강당으로 약 15분 동안 중계된 연설에서 "러시아 전차와 함정, 미사일을 막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군사 장비가 대한민국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면적 진군에 맞서고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표해 대한민국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히고 "하지만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도 1950년대에 전쟁을 겪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국제사회 도움으로 이겨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모든 나라는 독립을 가질 권리, 모든 도시는 평화롭게 살 권리, 모든 사람은 전쟁에서 죽지 않을 권리가 있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한국의 군사 장비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헬멧이나 모포 등 군수 지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살상 무기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을 지난 8일 양국 국방장관 통화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세가 예상되는 동부 지역에서 싸우기 위해, 더 많은 중화기와 장비를 제공해 달라고 서방 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A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디스위크(This Week)'와 NBC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 밖에 "많은 다른 나라의 무기 제공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 또 다른 나라 공격할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1일) 한국 국회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침공해 생활의 터전을 파괴했고, 이제는 민족과 문화·언어를 없애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군에 장기간 포위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 시민 최소한 몇 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며, "러시아한테 마리우폴은 본보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마리우폴에서 촬영된 1분짜리 피해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런 장면들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47일째 매일 목격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러시아가 이성에 의해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다음에는 또 다른 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화학무기와 핵무기를 내세워 전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맞서 지속적인 대러시아 압박이 필요하다면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 아시아 국가 두번째 연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 등 20여개국 의회와 국제기구 연설을 통해 군사·인도적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호소했습니다.

아시아 국가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달 23일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양국의 더욱 결실 있는 협력에 대한 확신을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 "이번 한주 매우 중요"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가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더 큰 규모의 작전을 수행하면서 더 많은 미사일, 더 많은 폭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오는 한 주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있어 그 어떤 한 주보다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더 긴장되고 책임감도 커지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공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우리보다 더 두려워할 것이고, 패배를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 1단계 종료를 선언한 뒤, 수도 크이우 일대를 포함한 북부에서 병력을 철수했습니다.

이후 도네츠크와 루한시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며, 동부와 남부에 전투력 집중을 예고했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은 이들 지역에 추가 투입할 전력을 접경 지대에서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새롭게 총괄할 지휘관으로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남부군관구 사령관을 임명하는 등 인사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 "지원 속도에 우크라이나 생존 달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0일)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맞서기 위한 지원 작업에 속도를 내달라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요청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으로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몇 배에 달하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생존이 달린 항전에 우리 국민과 군에 대한 100%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도,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공급받고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미국이 얼마나 신속하게 지원을 집행해주느냐에 달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은 더이상 협상에 관심이 없다"며 외교적 해법은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의 이번 전쟁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있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더욱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