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선박의 미국 입항을 금지하고 우크라이나에 총 13억 달러 규모 추가 군수·재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미국 수용에 관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잔혹하고 피로 물든 전쟁에 책임이 있다"며 "러시아군은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퇴각하면서 끔찍한 (민간인 학살 등의) 증거들을 남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서 "그들(러시아군)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동부에서 새 영토를 장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전쟁이 또 다른 장으로 넘어가는 중대한 국면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대부분 평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형에 관해 "보다 효과적인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와 동부 일대 전투 능력 향상을 위해 8억 달러 규모 군수 지원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군의 움직임과 동향 등에 관해 "중요한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시의적절하게 제공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백악관에서 데니스 쉬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와 회동하고, 현지 상황과 구체적인 필요에 관해 청취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신규 군수 지원 패키지에는 155mm 곡사포 72기와 포탄 14만4천발, '피닉스 고스트' 전술 드론 121대 등이 포함된다고 미 국방부가 설명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미국에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추가지원에 감사하고, 지원 패키지에는 강력한 방어도구인 포탄과 드론 등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 들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 5억 달러 직접 재정 지원
미국은 이같은 군수 지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에 직접적인 지원을 위해 5억달러를 별도 제공할 방침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통해, 지난 두 달 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책정한 직접 재정 지원액만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승인한 136억 달러 자금이 거의 소진됐다며, 다음 주에 추가 예산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피란민 수용 새 프로그램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직접 이동시키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재결합(Uniting for Ukraine)' 프로그램을 이날 연설에서 발표했습니다.
미국 내에 가족이나 비정부기구(NGO) 등 스폰서가 있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신속하게 이민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남부 국경에서 입국을 모색할 필요가 없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대러시아 추가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 연계 선박에 대한 입항 금지 조치를 공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서와 같이, 러시아 연계 선박은 미국의 항구에 입항할 수 없다"고 이날 연설에서 밝혔습니다.
"이는 러시아 깃발 아래 운항하거나 러시아에 의해 소유되거나 운영되는 어떤 선박도 미국의 항구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격전지 마리우폴 상황에 관해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통제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아직 마리우폴이 완전히 함락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앞서, 마리우폴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 마리우폴 "해방" 주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21일)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마리우폴 전투에서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으로부터 전황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마리우폴이 마침내 "해방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병력 수천명이 저항하고 있는 마리우폴 시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격 계획을 취소하고, 봉쇄를 명령했습니다.
이날(21일) 쇼이구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마리우폴 전체가 러시아군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병력의 통제 아래 들어왔다"며 "아조우스탈에 민족주의자들과 용병 잔당이 남아 있는데 봉쇄된 상태"라고 보고했습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계획된 (아조우스탈) 공업(제철소)지대 공격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취소를 명령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공업 지대를 봉쇄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제철소 공격 취소에 관해 "무덤에 기어올라가고, 공업 지대 지하에 기어들어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푸틴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공격 대신 "파리 한 마리도 날아들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리우폴 상황에 관해, 전날(20일) 러시아 측에 특별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정전 협상 우크라이나 대표단장을 맡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마리우폴에서 조건없이 '특별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이에 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마리우폴은 "해방됐다"며, 러시아군의 "작전은 계획에 따라 계속된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아울러 제철소에 고립된 "우크라이나군이 무기를 내려놓고, 확립된 경로를 통해 나올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 남동부 전략 요충지
마리우폴은 아조우해(아조프해)로 통하는 전략 요충지입니다. 이 지역을 러시아가 차지하면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동부 도네츠크·루한시크를 연결하는 육상 경로를 확보하는데 유리해집니다.
또한 아조우해를 오가는 해상 물류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일대를 비롯한 북부지역 공세와 함께,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전투력을 집중했습니다.
북부 공세는 우크라이나 측의 저항에 밀려 더디게 진행되다가 결국 지상 병력을 퇴각시켰지만, 마리우폴은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이 포위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두달 가까이 포위망을 좁혀온 러시아군이 최근 시내 주요 거점지역까지 접수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군은 남서쪽 항만 지역과 동쪽 아조우스탈 제철소 일대에서 저항해왔습니다.
그러다 근래에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만 저항 병력이 남았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16일 "마리우폴의 전체 도심 지역이 완전히 소탕됐다"며 마리우폴 장악을 선언하고, 제철소에 남은 우크라이나 병력에 항복을 요구했습니다.
제철소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지 않으면, 중화기 공세를 집중해 제거해 버릴 수 있다고 앞서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제철소에 고립된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러시아 측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최후 항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제철소 안에는 우크라이나군 병력 수천명 외에, 민간인들도 다수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들 민간인을 우크라이나군이 '인간 방패'로 활용 중이라고 러시아군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에 있는 우리 군대와 우리 국민들을 제거한다면, 러시아와의 모든 협상이 끝날 것"이라고 지난 16일 밝힌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 상황에 관해, 러시아군에 맞서 싸울 중화기가 부족하다고 20일 호소했습니다.
한편, 이날(20일) 마리우폴 시내에 남아있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운영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이 합의한 가운데, 버스 4대가 이 지역을 떠났다고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21일 밝혔습니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21일에도 노약자와 여성, 어린이 위주로 대피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측이 주민들을 강제로 러시아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같은 내용을 21일 트위터에 올리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