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대중음악 K팝과 심각한 북한 인권 문제를 연계해 조명하는 특별한 행사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열립니다. 한국의 K팝 스타들보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한국의 대중음악을 뜻하는 K팝은 세계적인 옥스퍼드 사전에 고유어로 등재될 정도로 전 세계 음악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BTS, 블랙핑크 등 여러 K팝 스타들은 수천만 명의 고정 팬과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곳 미국에서도 이런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면 표가 바로 매진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K팝의 세계적 위상이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가능하려면 K팝 스타들이 인류가 공감하는 국제 보편적 위기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아태연구소 한국학 프로그램 개설 20주년을 맞아 K팝을 통해 북한 인권을 조명하는 특별행사를 오는 5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신기욱 /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소장
“미국 내 관심 있는 주제가 무엇인가 보니 북한 인권과 K팝 이렇게 두 개거든요. 미국 내 대중이 관심 갖는 주제를 한국학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생각하는 전략 회의 비슷한 그런 취지입니다.”
신 교수는 현재 K팝의 위상이 높아져 전 세계 많은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심각한 북한 인권 문제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행사를 계기로 고통받는 약자들에 대한 K팝 스타들의 목소리가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신기욱 /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소장
“북한 인권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데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있는 팝스타들이 북한 인권 문제는 안 하잖아요. 적어도 K팝 스타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이것이 아니겠나? 어쨌거나 한국의 문제고 또 인권은 보편적 이슈이니까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즐기는 K팝을 “악성 암”으로 규정해 주민들의 접근을 철저히 금지했으며, 반동사상문화개혁법 제정을 통해 위반자는 최대 15년의 노동교화형, 유입·배포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제기됐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H.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전직 고위 인사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 등 K팝 스타와 관계자 등 다양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며, 한반도 안보와 북한 인권, 미북 관계, 한국 소프트 파워의 국제적 위상에 관해 토론할 예정입니다.
신 교수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위상이 높아진 K팝이 전 세계에서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침묵을 깨고 국제적 중요 사안에 관여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북한 정권도 K팝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K팝을 듣다가 잡히는 개인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처형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K팝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 영향력을 강조했습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K팝 스타들이 관심을 가질 가장 중요한 대의명분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아이돌보다 그들의 형제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