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330억 달러 우크라이나 지원 추가 예산 요청...유엔 총장 "안보리, 전쟁 종식 실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330억 달러 추가 예산을 28일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면서 추가 예산 추진 배경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자유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치러야 할 작은 비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우크라이나를 지배 하는데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를 위해 군수지원 8억 달러와 재정지원 5억 달러 등 총 13억 달러 규모 추가 원조 사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가 승인한 136억 달러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이 거의 소진됐다며, 추가 예산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날(28일) 연설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울 돈이 다 떨어졌다"며, 의회가 다시 협조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요청한 330억 달러는 지난달 승인 액수의 두 배가 넘습니다.

330억 달러의 용처는 무기 등 군수 200억 달러, 재정 85억 달러, 인도주의 30억 달러 등으로 백악관 당국자가 이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 "한국·일본·​카타르와 협력"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올리가르히에 대한 사법 단속권을 강화하는 패키지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이날 연설에서 의회에 촉구했습니다.

'올리가르히'는 러시아 신흥 재벌 특권층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푸틴 정권의 비호 아래 막대한 부를 쌓아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고 있다고 미 당국은 규정하고, 제재 대상과 강도를 넓혀 왔습니다.

새 법안에는 올리가르히의 소유 자산을 동결하거나 압류해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으로 쓸 수 있는 촉진 규정 등이 들어있습니다.

이날(28일)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가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들에 가스 공급을 끊고, 대상국을 넓히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을 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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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제재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아울러, 에너지 위기를 겪을 수 있는 유럽국가들을 돕는 노력에 한국과 일본, 카타르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젤렌스키 "미국민과 바이든 대통령에 감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날(28일) 330억 달러 추가 지원 예산 요청에 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깊은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우리 국가와 방위를 위해 중대한 뉴스가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군수와 재정, 인도주의 등 추가 예산이 쓰일 항목들을 설명하면서 "미국민들께 감사하고, 바이든 대통령께 개인적으로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 유엔 사무총장 우크라이나 방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는 데 역할을 못했다고 이날(28일) 비판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안보리는 이 전쟁을 예방하고 종식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 실패는 거대한 실망과 좌절, 분노의 원천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의 입장은 아주 명확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영토 완결성에 대한 침해이자, 유엔 헌장 위배"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러시아 측에도 밝힌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연대의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전날(27일)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수도 크이우 외곽에 있는 보로디안카와 부차, 이르핀 등지를 찾았습니다.

해당 소도시들은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퇴각한 뒤 대규모 시신과 집단 매장지 등이 발견되면서 '집단 학살' 정황이 드러난 곳들입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현장을 둘러보면서 "파괴되고 검게 변한 집들 중 한 곳에 나의 가족이 있는 상황을 상상했다"며, "손녀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가고 가족 일부가 죽임 당하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21세기에 전쟁은 불합리하다. 전쟁은 악"이라고 강조하고 "21세기에 전쟁이 용납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런 끔찍한 현장을 방문하면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의 중요성을 실감한다"고 밝히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조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ICC에 협조하기를 러시아 측에 호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전쟁범죄에 관해 얘기할 때, 최악의 범죄는 전쟁 자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민간인이 그들은 전혀 기여하지도 않은 전쟁으로 가장 큰 대가를 치른다"면서 "전쟁이 있는 곳은 어디든 민간인이 가장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에 앞서, 지난 26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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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이 진행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 트랙에서 합의를 이루길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것(대화)을 거부하지 않고 있다"고 구테흐스 총장에게 말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민간인 대피 조치를 러시아 측에 촉구했습니다.

■ 러시아군, 크이우에 미사일 공격

한편, 28일 구테흐스 총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동 직후, 크이우 일대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단행됐다고 시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제기구에 대한 러시아의 진정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엔과 그 조직이 대표하는 모든 것을 모욕하려는 러시아 지도부의 행보에 적절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관련 상황을 알리며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 안보에 대한 공격"이라고 러시아를 비난했습니다.

이날 미사일 공격 현장에서 미국 국제 매체인 '자유유럽방송(RFE/RL)' 기자가 숨을 거뒀습니다.

■ "러시아군, 투항하려는 사람까지 처형"

이런 가운데, 투항하려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러시아군이 처형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미 고위 당국자가 27일 밝혔습니다.

베스 반 샤크 유엔 주재 미국 국제형사사법(GCJ)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회의에서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근처에서 투항하려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구금하지 않고 처형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

반 샤크 대사는 "이것이 진실이라면 항복과 부상, 그밖의 이유로 무력화된 군인과 민간인에 대한 즉결 처형 금지라는 핵심적인 전쟁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 샤크 대사는 그 밖에 다양한 러시아군의 잔혹행위 보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잔혹행위가) 일부 불량한 부대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명령하고, 용인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유엔 인권이사회 관계들과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 나탈리 브로드허스트 프랑스 대사 등도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며 ICC 수사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민간인 2천700여 명이 사망하고 3천100여 명이 부상했다는 보고를 제시하고 "실제 사상자는 이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전쟁범죄를 바로잡기 위한 (조사와 처벌) 노력이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