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우크라이나 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이 진행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 트랙에서 합의를 이루길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것(대화)을 거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말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정전협상 5차 회담에서 양국 고위급 대표단이 상당히 중요한 진전을 이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측이 입장을 바꿨다고 이날 주장했습니다.
"그들(우크라이나 측)이 기존 의도에서 후퇴해 크림반도(크름반도)과 세바스토폴, 돈바스 등(영토문제)을 논외로 해 버렸다"고 푸틴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상은 계속되고 있고 현재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를 긍정적 결과로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구테흐스 총장은 "협상 참여자가 아니지만 양국 간 대화를 지지하며, 이 접근을 진전시키려는 터키의 선의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구테흐스 총장의 면담은 크렘린궁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 유엔 총장 "아조우스탈에 자원 총동원 준비"
구테흐스 총장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유엔 자원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 병력 2천여 명과 민간인 1천 명 가량이 고립돼있습니다.
회견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수천 명의 민간인이 인도주의적 구명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유엔은 마리우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구테흐스 총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세 가지 요구를 이날(26일) 러시아 측에 제시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푸틴 대통령 면담에 앞서 진행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회동에서 "효율적 대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의 휴전, 평화적 해법" 등 3대 목표를 구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관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동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이 "수많은 문제들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모스크바 방문 일정을 마친 구테흐스 총장은 오는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로 향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 등 주요 당국자들을 만납니다.
■ 미 합참의장 "러시아 핵위협 주시"
이런 가운데,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러시아의 핵 위협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밀리 의장은 26일 CNN 인터뷰에서, '핵전쟁'과 '3차 세계대전' 위험을 경고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전날(25일) 발언을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평가하고, "한 나라의 고위 지도자가 핵 무력을 과시할 때마다 모든 사람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밀리 의장은 이에 관해, 미군이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러시아의 핵위협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태로워진 것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크다"며, "유럽 안보가 위기에 처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밀리 의장은 특히 2차 대전 이후 "지난 1945년 수립된 국제 안보 질서가 위태로워졌다"며 "이 국제 질서는 78년간 지속됐고 큰 전쟁을 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질서를 통해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군사적으로 침략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이번에 그것을 흔들어놨다고 밀리 의장은 비판했습니다.
밀리 의장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불안정성이 심각하게 증대하는 시대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를 향해 "지금은 침략을 멈추고 유럽 대륙에 평화와 안보를 재건할 기회와 시기"라고 촉구했습니다.
밀리 의장은 이어, '러시아를 약화'시키는데 미국과 동맹국들이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밀리 의장은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온전한 영토와 정부가 존속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라면서, "여기에는 약해진 러시아가 포함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서방의 단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단합, 그리고 세계의 단합이 이보다 더 강했던 적이 없다"면서 "그게 우리가 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의 활동 방향은 단순히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 '러시아 약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스틴 장관과 밀리 의장은 이날(26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40개국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 러시아 외무 '핵전쟁·3차대전' 위험 거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25일) 국영방송 채널1 인터뷰에서, '핵전쟁'과 '3차세계대전' 위험을 거론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핵무기 사용 계획에 관해, 지난 1월 5개 핵보유국이 핵전쟁 불가 성명을 낸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그 원칙을 기준점으로 행동한다"며, 러시아 정부는 핵전쟁 위험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방을 겨냥해 "위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세력이 많아서 안타깝다"며 "현재 긴장 상황을 감안할 때 3차 세계대전의 위험은 실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현재의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만에 러시아의 핵전력을 '특별 전투임무 체제'에 돌입시킬 것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한 바 있습니다. 다음날 러시아 국방부는 관련 명령이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CNN 인터뷰에서 핵무기 사용 여부와 관련해 "우리(러시아)에게는 국가안보개념이 있다"며 "만약 우리 국가의 존재에 관한 위협이라면, 우리 개념에 따라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도 러시아 주요 당국자들은 핵무기 사용에 관해 여지를 열어뒀습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지난달 23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러시아가 계속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위협과 공격을 받는다면, 우리는 핵 보유국이지 않은가, 왜 안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 20일 핵탄두 10여개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당시 TV 연설을 통해 "사르맛의 첫 시험 발사 성공을 축하한다"며 "유일무이한 이 무기는 러시아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이 무기가 "러시아를 위협하려고 하는 적들에게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 서방 무기 지원 비난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25일) 인터뷰에서 특히,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위험 요인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무기 지원에 관해 "사실상 나토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군에 정당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 패배 감지...세계를 겁주려 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이같은 발언을 우크라이나 측은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전 세계를 겁주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잃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그 때문에 3차 세계대전 실재 위협이 존재한다는 말을 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를 감지하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세계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 배로 늘려 승리하고 유럽과 세계 안보를 보호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지를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