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의장 등 미 하원 지도부가 사전 공지 없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방문해 30일 오후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찾은 미국 최고위 인사입니다.
애덤 쉬프 정보위원장과 그레고리 믹스 외교위원장 등 하원 주요 인사들이 동행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날인 1일 소셜미디어에 회동 영상을 올리고, 펠로시 의장과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에서 펠로시 의장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감사를 표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며, 우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정부와 국민,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펠로시 의장 등 미 하원 지도부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이우 거리를 함께 걸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시내를 둘러본 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리의 도움 약속과 책임감이 언제나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미 의회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도록 '무기대여법' 개정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2차 대전 때 처음 도입했던 해당 법령은 군수 물자 제공에 절차적 장애를 해소한 것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중입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함께 크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추가 군사·외교 지원을 약속하고 필요 사항을 청취한 바 있습니다.
■ 안젤리나 졸리 르비우 방문
할리우드 영화 배우이자 제작자인 앤젤리나 졸리 씨는 같은 날(30일)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 도시 르비우를 방문했습니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졸리 씨의 현지 방문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의료시설을 찾아 지난 8일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철도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다친 어린이들을 만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지츠키 지사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며 "많은 사람들이 졸리를 직접 보고도 믿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졸리 씨는 이어 기숙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이야기한 뒤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졸리 씨는 성명을 통해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어린이 세대에 미치는 충격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어떤 어린이도 집을 떠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집이 폭격으로 파괴되는 경험을 해서는 안 되지만,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들이 그런 일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졸리 씨는 또한 르비우 역을 찾아, 우크라이나 각 지역에서 탈출해 이동한 피란민들과 대화했습니다. 아울러, 피란민 지원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세계 곳곳의 난민 발생 지역을 두루 방문해온 졸리 씨는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로 활동 중입니다.
UNHCR 측은 졸리 씨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발적인 것이며, UNHCR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대피 개시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된 민간인들의 대피가 개시됐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아조우스탈에서 민간인 대피가 시작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0여 명으로 구성된 첫 번째 그룹이 이미 통제 구역으로 향하고 있다"며, "내일(2일) 자포리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우리 팀은 또 다른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는 작업을 유엔과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엔과 함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 병력 2천여 명과 민간인 1천 명 가량이 고립돼있습니다.
옛 소련 시절 건설된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깊고 견고한 지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해당 시설은 외부 포격 등을 견딜 수 있는 구조여서, 마리우폴을 방어하던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최후 저항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하려는 주민들도 이 곳에 들어가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대피 허용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제철소를 봉쇄하라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지시하면서, "파리 한 마리도 날지 못하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 바이든,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 언론인 찬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취재하는 언론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연례 만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론하며 "허위정보와 싸우는 자유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나보다 지지율이 낮은 유일한 집단(언론인들)과 오늘 밤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정체된 자신의 지지율을 농담 소재로 삼은 것입니다.
이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미국 국제 매체 '자유유럽방송(RFE/RL)' 기자가 얼마전 크이우에서 희생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위정보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우리 민주주의에 독이 되고 있다"며 "자유 언론의 역할이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이어 발언하는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 씨에게 "모스크바와는 달리 여기서는 대통령을 놀려도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언론 탄압을 비판한 것입니다.
러시아에서는 검열과 통제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황이 사실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인터뷰한 러시아 독립 언론 매체가 규제 당국의 경고를 받고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연례 행사인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2020년과 작년에 코로나 사태로 열리지 않았다가 이번에 3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