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군에 봉쇄됐던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민간인 대피가 진행됐습니다. 지난 주말 미 하원의장은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굳건한 지지를 나타냈습니다. 타이완 국방부가 미국의 자주포 시스템 인도 연기 방침에 다른 대체 무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약 70억 달러에 상당하는 군사 장비를 두고 철군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우크라이나로 가봅니다. 러시아군에 봉쇄돼 있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이 진행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마지막 항전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있던 민간인들의 대피가 이뤄졌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밤, 화상 연설에서 약 100명을 태운 1진 버스들이 드디어 마리우폴 제철소 단지를 빠져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러시아의 동의가 있었던 겁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측이 이틀 동안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여성과 어린이 위주로 꾸려진 1진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다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폭격을 가했다고 시 당국자들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들이 향한 곳은 어디죠?
기자) 네. 마리우폴에서 북서쪽으로 약 230km 떨어진 자포리자입니다. 자포리자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인데요. 이 마리우폴 대피 작전에는 유엔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관리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아직 아조우스탈에 남아 있는 민간인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적어도 1천 명의 민간인들이 약 2천 명의 아조우 연대 병사들,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아조우 연대는 최근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와 노약자, 부상자 등 수백 명의 민간인이 지금 병사들과 함께 있다며 이들의 신속한 대피를 촉구한 바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들은 더 많은 민간인 대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주말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월 30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사전 발표 없이 이뤄졌는데요. 애덤 쉬프 정보위원장, 그레고리 믹스 외교위원장 등 하원 주요 인사들이 동행했습니다.
진행자) 펠로시 의장은 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를 찾은 미국의 최고위 인사죠?
기자) 맞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의 인물인데요. 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동반 방문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펠로시 의장과 하원 지도부가 우크라이나를 찾은 겁니다.
진행자) 펠로시 의장이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펠로시 의장은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감사를 표하고 연대를 나타내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서 있을 것이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확고한 지지를 천명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하원 지도부와 함께 크이우 시내를 걷기도 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 날인 1일,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미국 정부와 국민, 의회의 초당적 지지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유명 배우도 우크라이나를 찾았다고요?
기자) 네.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로 활동하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 씨도 30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시를 방문했습니다. 졸리 씨는 피란민 임시 거처와 기숙학교 등을 방문하고 피란민들과 대화를 나눴는데요.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졸리 씨의 깜짝 방문에 모두 놀랐다며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UNHCR은 졸리 씨의 이번 방문은 UNHCR과는 별개로, 개인 방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석 달째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양측의 평화 협상은 아무런 진전이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양국 외무장관 모두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30일,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시인하고, 중국이 안보 보장국의 하나가 되어 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쿨레바 장관이 말하는 안보 보장국이라는 게 뭘 뜻하는 겁니까?
기자) 네. 앞서 우크라이나는 터키 중재로 가진 5차 회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나토 비슷한 집단 안보 체제를 원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협정 초안을 전달한 바 있는데요. 이 안보 보장국으로 그동안 터키, 독일, 미국 등이 거론돼 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외무장관은 평화 협상에 대해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양국이 매일 화상으로 가능한 협정 초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러시아는 협상을 계속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서방의 조언자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이익에 맞춰 움직일 때 합의가 성사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타이완으로 가봅니다. 타이완 국방부가 미국의 자주포 시스템 인도 연기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네. 타이완 국방부가 2일, 미국의 자주포 시스템 인도 연기 통지를 받고 다른 대체 무기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타이완 측에 자주포 시스템 인도 계획을 연기한다고 통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연기하기로 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생산 라인이 밀려 자주포 시스템 수송이 지연될 것이라고 통지했는데요. 왜 생산 라인이 밀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현재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규모의 군수 물자와 장비 제공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타이완에 인도하기로 한 무기 체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죠?
기자) 155mm M109A6 중거리 자주포 40문과 야전포병 탄약 보급차 20대 등 약 7억 5천만 달러 상당의 무기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이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원래 인도 예정일은 언제였습니까?
기자) 타이완 언론에 따르면 내년에 인도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주포 생산 라인이 너무 붐벼, 빨라도 2026년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미국 정부가 통지했다고 타이완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타이완 국방부는 다른 대체 무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타이완 국방부는 이날,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한 트럭 기반 로켓 발사기를 비롯해 고정밀 장거리 대체 무기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위협이 더 고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은 현재 타이완을 이탈한 하나의 성으로 간주하고 있는데요. 타이완의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집권하면서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는 계속 악화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타이완이 독립을 시도하면 무력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안보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의 군사 현대화 노력도 계속되고 있죠?
기자) 네. 차이잉원 총통 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사일 같은 정밀 무기를 포함해 방어력을 증강하는 작업에 착수했고요. 미국 정부도 중국이 타이완을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군 현대화 노력을 지원해왔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타이완에 대한 무기 수출 승인은 지난해 자주포 시스템과 올해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 등 두 차례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미국 정부가 타이완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계속 반대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무기 판매는 타이완의 분열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해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지난 1979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타이완에 대해서는 ‘타이완 관계법’이라는 국내법을 만들어 타이완의 방어 체계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대규모 군사 장비를 두고 나왔다고요?
기자) 네. 지난해 8월 30일, 미군이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료하면서 마지막 병력이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을 떠났는데요. 그러면서 7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남겨두고 철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진행자) 국방부도 확인한 겁니까?
기자) 네. 국방부도 관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주 의회에 아프가니스탄에 제공한 군수 물자와 장비, 파기 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이 보고서 내용을 미국 CNN이 입수해 제일 처음 보도하면서 해당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국방부의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기자) 보고서 전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ANDSF)’에 제공한 무기와 군사 장비의 규모가 186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철군 시점,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준 군사 장비의 가치는 약 71억 2천만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들인가요?
기자) 항공기와 군용 차량, 탄약, 무기, 통신 장비를 비롯해 수리 상태에 있는 다양한 군사 장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이 아프간을 무장 점령한 탈레반의 수중에 무기를 그냥 넘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국방부는 이런 비판에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엄밀히 말해 해당 군사 장비는 지금은 없어진 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소유물이며, 미군이 두고 철군한 게 아니라, 아프간 전 정부가 포기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아프간 전쟁을 치르면서 미군은 별개의 군사 장비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어쨌든 지금 7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장비는 탈레반 치하에 있다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하지만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군과 연합군이 사용하던 군사 장비와 아프간 군에 제공한 무기 체계는 다른 데다가, 탈레반의 전력 강화에도 쉽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보는 이유가 뭐죠?
기자)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게 제공된 무기들이 최첨단 장비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첨단 장비라 해도 그것을 보수∙관리하는 데는 고정밀 정비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 때문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했을 때도 미군과 계약직 전문인력이 아프간 정부군을 도와줬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군이 사용한 군사 장비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네. 국방부 롭 로드위크 육군 소령은 미군이 사용하던 거의 모든 장비는 철수하기 전에 비무장화하거나 파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관리들에 따르면 미군이 두고 온 군사 장비의 가치는 1억 5천만 달러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대부분 운용이 불가능한데다가 액수도 크지 않아, 미국 정부가 이를 회수 또는 파기하기 위해 아프간에 다시 돌아갈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과 AP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