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재개한 가운데 윤석열 신임 정부의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도 대부분 한국이 대북전단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가치에 역행하고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는 중요한 활동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입니다. 미 전직 관리들을 포함한 한반도 전문가 33명의 의견을 조은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VOA의 취재에 참여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3명 가운데 70%인 23명이 ‘대북전단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존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9%인 3명, ‘한국 정부에 달려있다’며 찬반을 밝히지 않은 전문가들은 21%인 7명이었습니다.
2일 VOA가 이메일로 의견을 구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52명 가운데 63%인 33명이 취재에 응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의 중심에는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은 한국이 높은 민주주의 수준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 민주주의 가치에 역행”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 법은 폐지돼야 한다”며 “민주주의적 가치에 어긋나며 북한의 더 나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 “The law should be abolished. It is contrary to democratic values and has failed to elicit any improved behavior by Pyongyang.”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한국인들을 처벌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누리고 북한인들은 전제정치에서 신음하고 있는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Punishing South Koreans for free speech perverts the reality that South Koreans enjoy democracy and North Koreans toil under autocracy. If there are certain activities involving sending physical items into well-armed North Korea, then there may be a national security need to regulate such activity. But the basic principles should be free speech for South Koreans, more information for North Koreans, and no punishment for South Koreans practicing those first two principles.”
크로닌 석좌는 “잘 무장된 북한에 물품을 보내는 활동을 규제해야 할 국가 안보적 필요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 원칙은 한국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북한인들에게는 더 많은 정보를 보내며 이 두 가지를 실행하는 한국인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P 통신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국가 안보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어떤 나라에서나 어려운 일이지만 영향력이 커지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장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 리 연구원] “The issue of balancing national security and free speech is a challenging one for any nation. But as a democratic nation with growing influence, South Korea must strive to be a country that protects and nurtures free speech.”
이어 “그러한 노력에는 북한 콘텐츠에 대한 접근 제한과 대북전단금지법 재검토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버드대학 벨퍼센터의 백지은 연구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을 폐지하면 한국은 동맹과 자국민, 북한을 포함한 이웃국가들에 더욱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이 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지은 연구원] “By repealing this law, South Korea would benefit from signaling to its allies, its population, and its neighbors, including North Koreans, that it is committed to becoming a stronger liberal democracy and ally of the United States.”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에 국제사회에서 ‘어린 민주주의’, ‘유사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 광범위한 민주주의의 퇴보가 일어나고 있다고 백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누리는 혜택은 치러야 할 댓가를 뛰어넘으며, 상대적으로 어린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대북전단금지법을 폐지하면서 이러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백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상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며, 한국이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지에도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Not only does the law place into question South Korea’s status as a democracy; it also makes some of us question whether Seoul has a complete understanding of what it means to be a democratic society – the responsibilities and obligations that come with being a democracy.”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이 민주주의의 가치 중 특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북 핵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자유 민주주의에서도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소장] “No, it should not remain in place. Freedom of speech is one of the core elements of any liberal democracy. Providing information (not disinformation) -- the truth -- to the citizens of North Korea should not be an offense; rather, we should seek additional avenues for providing accurate, truthful information to the people of North Korea.”
디트라니 전 소장은 이어 “북한 주민들에게 거짓 정보가 아닌 진실을 제공하는 것은 범죄 행위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하고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는 추가적인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한 관계를 고려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방법으로, 또 북한 주민들과 소통하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law should be repealed, not out of consideration for U.S.-Korea relations, but as a way of reaffirming the ROK's commitmen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to demonstrate the South's determination to use all available means to communicate with the North Korean people.”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한국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서 이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 대학 교수도 “이런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븐 노퍼 아시아 다이얼로그 회장도 “표현의 자유는 본질적인 문제이며 어린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당당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퍼 회장] “During the Cold War, information flows helped empower publics to seek democracy and end tyranny. That message is all the more important in a day when Russia’s totalitarian leader wages war on democratic Ukraine, and as the people of South Korea yearn for freedom for the people of the North, providing information, opening minds, and empowering action for liberty speak to a brighter future for the North and for the entire Peninsula.”
노퍼 회장은 “냉전시대에 정보의 흐름은 대중이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독재를 종식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러시아의 전체주의 지도자가 민주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오늘날 이 메시지는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이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열망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마음을 열고 자유를 향한 행동에 힘을 실어주면, 남북한 모두와 한반도 전체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제재와 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이 어렵게 일군 민주주의 개혁을 부분적으로 후퇴시키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권리에 구멍을 낸다”며 “헌법적 권리를 남북 공동성명의 하위 개념으로 종속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 헌법 21조 1항과 2항, 한국이 채택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19조를 위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에 대한 유화책…성과 없어”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당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법이며, 그러한 노력에도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 등을 막지 않을 경우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기타 교류 등에 대한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고 한국 야당 등이 지적해왔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문재인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이 북한에 유화 정책을 펼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t appeared to me at the time that that law was nothing more than appeasement to the North Koreans from the Moon Jae in administration and those in the National Assembly who agreed with them.”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도 “고립된 정권에 정보를 보내는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을 저해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것은 북한에 대한 ‘헛된 굽실거림’의 가장 노골적인 예”라고 지적했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유 사회의 정부가 억압적인 독재정권을 위해 ‘국가차원의 검열’을 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는 “만일 2014년처럼 대북전단 살포가 즉각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면, 한국 정부가 개입해 그러한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전단 살포를 법률로 금지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한계를 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한국 정부는 전단 살포와 연계된 안보 위기 가능성을 관리할 충분한 권한이 이미 있다”며 “따라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 유지해야…민주적 절차 거쳐”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제정됐다며 존속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한국 국회에서 제정된 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선언될 때까지 존속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엄 선임연구원] “A law passed by a democratically-elected ROK National Assembly should remain in place until repealed or declared unconstitutional by the Constitutional Court. It is also important to note that, at least in the case of the United States, the Supreme Court has noted that freedom of speech is not absolute and there are instances when this right can be limited, such as for national security reasons.”
이어 “미국의 경우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이지 않으며, 국가 안보 고려가 있을 경우 제한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동아시아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활기찬 민주주의이며, 법이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고 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 선임연구원] “Discussions about the Development of Inter-Korean Relations Act must be based on facts, one that balances the legitimate concerns of residents in the border area, constitutionally protected rights of the South Korean people, and North Korea policy. My understanding is that the law as it is written strikes that balance.”
이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접경 지역 주민들의 합법적인 우려와 한국 국민들의 헌법상의 권리, 대북 정책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 시킬 수 있는 북한의 행동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을 존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s going to abate North Korea from doing something that potentially could lead to tensions on the peninsula.”
“국내 정치 문제…한국 정부가 결정해야”
대북전단금지법 존속 여부는 한국 정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들도 나왔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것은 한국 국내 정치 문제”라며 “현 대통령은 대북전단 금지를 촉구했고 대통령 당선인은 이것을 바꾸는 것을 선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특사] “It’s more a South Korean domestic political issue than it is a serious substantive issue for North Korea. The President called for applying a prohibition on sending balloons and leaflets to the North, the new President said he favors changing that. It’s going to be a political issue as to whether the National Assembly will agree to repeal it if he requests that.”
그러면서 “새 대통령이 법 폐지를 요청했을 때 국회가 동의할 지 여부는 정치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윤 당선인의 당이 한국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을 바꾸려는 시도는 논란이 많은 정치적 싸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대행도 “어떤 법을 존속할 지는 한국 정부에 달린 문제”라면서도 미국에서도 육체적인 위험이 수반될 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물리적으로 무엇을 국제 국경 넘어로 보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문제인지 의문이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 셀레스트 애링턴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법의 존폐 여부가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면서도 대북 정보 유입에 찬성한다고 밝혔고,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법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불행한 제한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